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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 선거제도, 초등학교 반장선거만 못하다

윤지호 기자 | 기사입력 2023/02/06 [06:39]

조합장 선거제도, 초등학교 반장선거만 못하다

윤지호 기자 | 입력 : 2023/02/06 [06:39]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3월 8일 1,113개 조합, 207만 조합원의 리더를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그러나 ‘깜깜이 선거’로 치러질 수밖에 없어 선거제도의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행 조합장 선거는 공개적인 후보자 토론회도 하지 못하고, 후보자 1인 외에 선거운동이 불가하다. 또 6가지 방법(선거 벽보, 어깨띠, 전화, 조합 홈페이지, 명함 등)에 국한된 선거운동밖에 할 수 없어 유권자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

  

4년 전인 2019년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선 경쟁률이 2.6:1이었는데, 현직 조합장 재선률은 72%(649개 조합), 무투표 당선률은 13.6%로 경쟁률은 낮고 재선률과 무투표 당선률이 높았다. 이는 현행 선거제도가 현직 조합장에게 지극히 유리하다는 증거이며 반면 조합원들은 조합장 적임자를 뽑기에 제약이 너무 많다는 의미가 된다. 

 
선거운동은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법이 정한대로 방식을 선택하는데 위탁선거법 제정 당시 기존 농협법에 있던 ‘후보자 합동연설회’가 삭제됐고 또한 법 제정 당시 의원 발의안에 있던 ‘언론 기관 등의 대담 토론회’ 조항이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삭제됐다. 이에 따라 조합원이 후보자의 정책과 정견을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원천 차단된 것이다. 

 
초등학생 반장선거에서도 후보자 정견 발표와 공약 발표는 기본이건만 유독 조합장 선거만 수준 미달이다. 그 부작용은 상당하다. 조합원은 누가 후보인지 잘 모르고 조합장 후보도 누가 유권자인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선거가 반복되고 있으며 선거기간과 방식이 다른 선거보다 제약이 많다 보니 금품선거의 비율 또한 높다. 선거사범 유형 중 금품선거 발생비율은 지방선거의 4배 수준이다. 후보자 등록부터 선거일까지(16일 간) 선거사범이 총 436건, 725명이며 선거사범 유형 중 금품 선거사범이 무려 472명(65.1%)에 달한다. 

 
유권자의 알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는 차원에서 조합 단체나 언론 기관 등의 후보자 초청 토론회 또는 대담이 허용돼야 한다. 조합이 개최하는 공개된 행사 장소를 방문해 자신의 정책을 발표할 수 있게 법이 개정돼야 한다. 

 
지역농협뿐 아니라 농협중앙회장 선거 또한 개선사항이 수두룩하다. 그중 핵심적인 것이 조합원의 총의를 모으는 일이다. 지금은 중앙회 회원인 지역농협 조합장이 개인적 견해로 조합원들의 의사를 대표하고 있는데 농민조합원의 총의를 어떻게 모아나갈지에 대한 중장기 대안이 필요하다. 

 
농협중앙회는 비사업기능과 사업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조직으로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즉, 경제사업, 은행업, 상호금융, 지도감사, 교육훈련, 대정부 농정활동을 동시 수행하는 거대 조직이다. 경제사업과 은행업은 지주회사로 분리했으나 중앙회가 1인 주주로 지배하고 있다. 중앙회가 관리하고 배부할 수 있는 자원과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에 조합원직선제로 선거제도를 바꿔 중앙회장이 전체 조합원의 권익을 위해 복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현행 협동조합법에는 중앙회장선거에 조합 규모에 따라 부가 의결권(조합원 수 3,000명 미만 1표, 3,000명 이상 2표)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심의한 농협중앙회장의 셀프 연임제 도입 또한 시기상조다. 중앙회장 연임제 허용은 중앙회 활동이 연임을 위한 활동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고, 1988년 이후 4명의 연임 중앙회장 중 3명이 배임, 횡령, 뇌물 등 비리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전례를 되짚어 봐야 한다. 단임제가 한 번도 완전히 시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을 다시 고쳐 연임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과 신뢰성을 저버리는 행위이다. 

 
4년 후 제4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는 조합원들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조합장 선거와 중앙회장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고 토론회와 정견 발표 및 유권자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선거운동이 정착될 수 있기를 바란다. 207만 조합원의 진정한 대표를 뽑으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http://www.ikp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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