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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곡초등학교 농어촌유학 체험담

김동성 기자 | 기사입력 2024/04/18 [18:04]

모곡초등학교 농어촌유학 체험담

김동성 기자 | 입력 : 2024/04/18 [18:04]

  

홍천 모곡초등학교(교장 최영복)는 농어촌유학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 일환으로 학생들은 현장학습을 떠나 서울숲시어터에서 뮤지컬 <장수탕 선녀님>을 관람하고 책방나들이 등 도시 문화체험을 학부모님들과 함께 진행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강원농어촌유학이란? 도시 학생 및 학부모가 강원의 자연 친화적 생태교육환경 및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찾아 유학 또는 정착함으로써 농촌지역과 농촌 학교의 소멸을 막고 ‘도시와 농촌의 상생’을 지원하는 도농교류 프로그램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학생과 가족의 귀농, 귀촌형태의 정착으로 이어지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다음 글은 현장학습을 함께한 모곡초 학부모님의 농어촌유학 체험담이다. 

 

아이들과 함께한 첫 번째 현장학습

 

학부모 남 지 민
(모곡초 4학년 이우석, 지석 6학년 제인, 제선 어머니)

 

아이들 현장 학습에 함께 참여하기로 한 날, 대형 버스를 기다리는 마음 한구석에서는 ‘정말 이렇게 따라가도 괜찮을까?’ 하는 의문이 끊임없이 새어 나왔다. 괜히 내가 따라가서 아이들이 집에서처럼 어리광을 피우고 선생님 말씀을 안 들으면 어쩌지? 걱정도 앞섰다. 무엇보다도 선생님들께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까지 챙겨야 하는 마음의 짐을 지워드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가 꼭 가야 한다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나는 홍천에서 차로 1시간 10분쯤 걸리는 서울숲시어터로 향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뮤지컬 <장수탕 선녀님>을 관람하고 다함께 점심 식사를 한 뒤 서점에 들렀다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선생님들께서 준비한 간식 꾸러미를 받자 학창 시절로 돌아가 소풍이라도 가는 것처럼 조금 설렜다. 아이들 역시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의젓하게 자리에 앉아 간식을 나눠 먹고 풍경을 바라보며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홍천으로 농어촌유학을 결정하고 지금까지 한 번도 농어촌유학을 후회한 적은 없다. 아이들에게 학교생활이 어떠냐고 물어볼 때마다 너무너무 재밌다는 대답이 열이면 열 번 나왔으니까. 그렇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게 바로 공연이나 전시와 같은 문화생활이었다. 그동안 풍족하게 문화생활을 누린 건 아니었지만 매월 한두 차례 정도는 공연장을 찾거나 전시를 보곤 했던 내게 도서관도 차로 2~30분이 걸리는 이곳의 환경은 적응하기 어려웠다. 그럴 때마다 새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시작하고 별이 쏟아질 듯한 밤하늘을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곤 했다.

 

그런 와중에 이렇게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제공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었다. 특히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장수탕 선녀님>을 각색한 뮤지컬 <장수탕 선녀님>은 작년에 보려고 예매까지 했다가 아이들의 컨디션 난조로 취소한 작품이기도 했다.

 

 

공연장에 도착해 아이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공연장 여기저기에 전시해 놓은 목욕탕 풍경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공연이 시작되자 선생님의 지도하에 아이들이 먼저 입장해 자리에 앉고 그 뒷줄에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이 나란히 앉았다. 선생님께서 버스 안에서 미리 <장수탕 선녀님> 그림책을 실감 나게 읽어주신 덕분인가? 아이들 역시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무대에 집중한 듯 보였다.

 

공연이 시작되자 무대 위에는 책에서 튀어나온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가 어우러졌고 디지털 배경과 목욕탕 풍경을 재현해 놓은 무대 장치들이 잘 어우러져 책 속의 세계를 현실에 펼쳐놓은 듯했다. 나는 셋째와 넷째 근처에 앉았는데 웃긴 장면마다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려서 우리 아이들이 꽤 즐겁게 공연을 관람하고 있구나 바로바로 알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모두가 점심식사 장소로 이동해 뷔페를 즐겼다. 학부모들이 모인 좌석의 경우 어색했던 분위기가 점점 풀리고 식사 막바지에는 다함께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다. 역시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으면 더욱 친해지는 효과가 있는 듯하다.

 

모두가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치고는 바로 서점으로 이동해 책을 고르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아이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아이들이 뭘 고르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뭘 골라야 할지 몰라 한참을 서성이는 아이들도 있었고 금방 구입할 책을 고른 후 다른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인터넷 서점에서 여러 쿠폰을 이용해 책을 구입하는 것이 더 합리적 소비라 알려져 있지만 나는 아이들이 서점을 방문에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들을 직접 눈으로 살펴보고 책을 고르는 활동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행을 가서도 꼭 서점에 들러 책을 1권씩 고르게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더 많은 책을 접하게 되고, 책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체험학습에서도 서점을 방문해 책을 고를 수 있게 해주셔서 무척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아름 선물을 받은 느낌으로 버스에 올라 홍천으로 향했다. 처음 서울로 향하던 때와는 달리 버스 안은 조용했다. 아이들도 오랜만의 나들이에 비축해 놓은 에너지를 다 쓴 모양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낮은 건물과 산만 보이는 환경이 어색하기만 했는데 한 달 남짓 이곳에서 지내면서 이제는 대도시의 답답한 공기와 높은 건물들이 어색하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집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참 잘 다녀왔다는 것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고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꾸려나갈 행복한 학교생활이 머릿속에 분명히 그려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걱정 없이 아이들을 보냈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겠다는 강한 믿음도 생겼다. 대인원을 사건 사고 없이 인솔하느라 분주히 움직이셨을 선생님들과 이런 기회를 마련해주신 모곡초등학교 측에 감사한 마음뿐이다. 다음 현장학습에도 자리를 내어주신다면 망설임없이 함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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