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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샘의 edu사랑 이야기 93. 세한도에 담겨있는 우정 이야기

김동성 기자 | 기사입력 2022/10/21 [03:32]

김샘의 edu사랑 이야기 93. 세한도에 담겨있는 우정 이야기

김동성 기자 | 입력 : 2022/10/21 [03:32]

 

 

 

마치 고기와 물의 관계 처럼, 뗄레야 뗄 수 없는 특별한 친구 사이를 수어지교(水魚之交)라 하고, 서로 거역하지 않는 친구를 막역지우(莫逆之友)라 한다.

 

금이나 난초와 같이 귀하고 향기로움을 풍기는 친구를 금란지교(金蘭之交)라 하고, 관중과 포숙의 사귐과 같은 허물없는 친구 사이를 관포지교(管鮑之交)라 한다.

 

어릴 때부터 대나무 말을 같이 타고 놀며 같이 자란 친구를 죽마고우(竹馬故友)라 하고, 친구 대신 목을 내 주어도 좋을 정도로 친한 친구를 문경지교(刎頸之交)라 한다. 향기로운 풀인 지초와 난초 같은 친구를 지란지교(芝蘭之交)라고 한다.

 

잘 나가던 추사 김정희 (金正喜, 1786-1856) 선생이 제주도로 귀양살이 유배를 가자 그 많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뚝 끊어 졌다. 찾아 오는 친구 한 사람 없었다.

 

그런데 예전에 중국에 사절로 함께 간 선비 이상적이 중국에서 많은 책을 구입하여 유배지인 제주도까지 부쳤다. 극도의 외로움과 어려움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던 추사 김정희에게 그 책들은 엄청난 위로와 용기 감동을 주었다. 나중에 추사는 둘 사이의 우정을 한 폭의 그림에 담았다. 그것이 그 유명한 세한도(歲寒圖)다.

 

세한도란 논어에서 따온 말이다.

 

‘날씨가 차가워 지고 난 후에야 소나무의 푸르름을 안다.(歲寒然後知松栢之後彫也) 잎이 무성한 여름에는 모든 나무가 푸르지만 날씨가 차가워지는 늦 가을이 되면 상록수와 활엽수가 확연히 구분된다.

 

추사의 제자인 이상적은 1844년 겨울 동자사절, 이 그림을 북경에 가져간다. 그리고 모든 공식 업무가 끝난 1845년 정월, 청나라 문인들이 이상적을 위해 잔치를 열여주는 자리인 자금성 근처 병부시랑 오찬의 집으로 이 그림을 가져 갔다. 그리고 거기에서 청나라 문인 17명 앞에서 이 그림을 꺼내 보이며 함께 감상하는 자리를 만들었고, 이 감상하는 모습을 그림으로도 그리게 된다. 그리고 이 17명의 쟁쟁한 중국 문인들이 그림을 보고 감상문을 썼다. 결국 김정희의 의도대로 중국의 유력 인사들이 김정희가 처한 상황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김정희는 이상적이 중국에서 가져온 중국문인들의 칭찬하는 감상기를 보게 된다.

 

추사는 이 글을 보고 상당히 기뻐한다. 왜냐하면 자신은 이미 잊혀진 사람이라는 자괴감이 유배 생활을 더욱 힘들게 했는데, 중국의 꽤 괜찮은 학자들이 자신의 그림을 보고 칭찬하고 위로하며 동정하는 글을 쓴 걸 보곤, '아, 아직 난, 죽은 게 아니구나..!! 살아야겠구나..!! 아니, 살아야 할 이유가 있구나..!!'

 

이렇게 삶의 의지를 불붙일 수 있게 되었고, 바로 이 점이 이 막막한 남은 유배 생활에 굉장히 긍정적으로 작용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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