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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膳物)과 뇌물(賂物)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2/10/04 [12:28]

선물(膳物)과 뇌물(賂物)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2/10/04 [12:28]

  © 석도익 소설가



무엇이라도 주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물건이 생기면 이를 선물로 준다. 새들도 수컷이 암컷의 마음을 얻기 위하여 먹이를 물어다 주기도 하는데 이도 선물일 것이다. 

 
선물(膳物)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제상에 올리는 고기다.” 예로부터 제사가 끝나면, 제사에 쓰인 음식은 이웃들과 나눠 먹었다.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은 가장 신선하고 좋은 것을 사용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나누는 물품이 선물이며, 이 나눔을 통해서 물질의 분배가 이뤄지고, 교류를 통해서 이웃 간의 갈등이 완화된다. 개인과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 간, 지역 간, 국가 간에도 선물의 교환을 통해서 서로의 친교를 확인하고 다진다. 하지만 선물 문화가 왜곡되면 자신의 부와 위신을 내세우는 허례허식을 조장하고 불필요한 낭비가 발생한다. 

 
마음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서 남의 마음을 사고자 한다면 선물이 아니라 뇌물이 되어 부패를 조장한다. 선물은 마음을 담은 물질의 교환이지만 선을 넘으면 경제의 뿌리를 흔드는 사치가 되고, 물건이 아닌 돈을 상자에 담고 포장하면 선물이 되기도 하며, 마음을 돈으로 사는 추악한 뇌물이 되고, 아름다운미풍양속이 파괴될 수도 있다. 

 
우리말에 “와이로”라는 말이 있다. 옛날, 노래를 아주 잘하는 꾀꼬리와 목소리가 듣기 거북한 까마귀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꾀꼬리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하고 있을 때 까마귀가 꾀꼬리한테 내기를 하자고 했다. 바로 "3일 후에 노래 시합을 하자"는 거였다. 백로(白鷺)를 심판(審判)으로 하고서. 꾀꼬리는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 노래를 잘 하기는 커녕 목소리 자체가 듣기 거북한 까마귀가 자신에게 노래 시합을 제의 하다니, 하지만 꾀꼬리는 월등한 실력을 자신했기에 시합을 응했다. 그리고 3일 동안 목소리를 더 아름답게 다듬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노래시합을 제의한 까마귀는 노래 연습은 안하고 자루 하나를 가지고 논두렁에 개구리를 잡으러 돌아 다녔다. 그렇게 잡은 개구리를 백로한테 선물로 주고 시합에서 이기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거였다. 

 
약속한 3일이 되어서 꾀꼬리와 까마귀가 노래를 한곡 씩 부르고 심판인 백로의 판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꾀꼬리는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나 고운 목소리로 잘 불렀기에 승리를 자신했지만 어이없게도 심판인 백로는 개구리를 선물로 준 까마귀의 손을 들어 주었다고 하여 와이로(蛙利鷺) 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선물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는 데서 뇌물은 출발한다. 선물이 뇌물이 되어 준 사람이나 받은 사람 모두 법정에 서기도 하는데, 선물과 뇌물을 가려내기 어려울 때가 많다. 똑같은 물건을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 주었는데도 선물이 되고, 뇌물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설날이나 추석 기념일 생일 등 축하해야할 때 상대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표하기 위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는 물건이 선물이라면, 뇌물은 의도된 대가를 노리고 주는 물건으로 선물과 뇌물의 근본적 차이는 있다. 우리사회에 청탁 같은 부정을 막기 위해 김영란 법까지 제정되어 인간관계를 이어주는 순수하고 따듯한 정까지 메마르게 만들기도 한다.

  

어찌되었건 이해하기 쉽게 말한다면 ‘물건을 받고 잠을 잘 못 이루면 뇌물이고, 잘 자면 선물이며,’ '언론에 발표되면 문제가 되는 것은 뇌물이고, 문제가 안 되는 것은 선물일 것이며,‘ ’자리를 바꾸면 못 받는 것은 뇌물이고, 직책이나 자리를 바꾸어도 받을 수 있는 것은 선물'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석도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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