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늙으면 아이가 된다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3/04/06 [22:01]

늙으면 아이가 된다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3/04/06 [22:01]

  © 석도익 소설가



'늙으면 애 된다'는 말이 있다.

 
동물 중에서 성장이 가장 느린 사람은 유아기 때 돌봄이 필요하고, 성장기에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많은 교육을 받고 경험함으로서 구성원의 한사람으로 제구실을 하며 살아가다 언젠가는 돌아가야 하는데, 삶을 마감하는 과정 또한 아이로 돌아가는 것이 순서인 것 같다.

 
나이가 많아지면 육체의 움직임이 늦어지고 인지능력도 떨어지며 청각 후각 시각들이 제 기능을 다 못하기 시작하고 서서히 아이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동네한바퀴 둘러보기 위해 기동하려고 집을 나서는 할머니는 본인의 어린아이 때는 타보지도 못했을 유모차를 밀고 나온다. 유모차는 어린아이를 태우고 다니는 용도에서 끝나지 않고 걷기 불편한 노인의 노모차가 되는 것을 보아도 아이가 되는 것이고, 종국에는 대소변도 가릴 수 없는 아이로 돌아간다.

 
필자가 오랫동안 함께 지내기도 하고 존경하던 어르신이 돌아 가셨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연세가 높으시지만 좋아하시는 운동을 같이하며 지냈는데 근자에 들어서 날이 갈수록 행동이 느려지시고 보폭이 짧아지신다고 느꼈는데 수 주 동안 안 오다 나오셨는데 많이 수척해 보였다.

 
그동안 어르신이 허리가 아파하는 것을 본 자녀들이 병원으로 모셨는데 병원에서는 간병인이나 간호사들이 움직이지 말라며 멀쩡한 사람에게 기저귀를 채워주며 화장실에도 가지 말라 하더라는 것이다.

 
아무리 움직이기가 어눌하다 하더라도 기어서라도 내 볼일을 봐야지 사지정신 멀쩡한 사람이 누워서 오줌똥 싸고 어찌 있겠는가? 견디다 못해 거짓말하고 퇴원해 왔다고 한다.

 
병원에서 너무했다 싶지만 그것도 일방적인 생각이지 병원 측이나 간병인 또한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만약 환자가 혼자서 화장실에라도 가다가 넘어져 다치기라도 한다면 보호자들의 원망이나 사회적인 질타를 오롯이 받아야 될 것이기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기저귀를 사용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녀들이나 병원 측에서도 대소변까지 수발을 해 드림으로서 연세 높으신 어르신을 엄청 위해드리는 것이라 생각되기도 할 것이다, 이는 어린애들을 보살펴주는 유아원에서 아이들을 오래 재우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하고 운동량이 부족한 노인에게 그나마 화장실에 가는 움직임까지 자제시킨다면 수 일 내에 운동근육이 풀어지고 기동력이 떨어져 점차 자력으로 움직이기 어려워질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살다가 수명이 다하면 돌아가야 한다. 돌아가기 위해서는 다시 아이같이 되기도 하고, 망령이라는 치매에 걸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기도 하는가 하면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오줌똥도 가리지 못하게 되다 모든 신체기능이 하나 둘 정지되면 돌아가는 것이다. 

 
오줌똥을 가릴 수 있어야 사람구실을 한다. 했듯이 사람구실의 마지막을 예고하듯이 오줌똥을 못 가리게 강제로 기저귀 채우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마지막 날을 앞당기는 것으로 생각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