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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밭들 詩人 안원찬] 북엇국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2/12/10 [09:49]

[긴밭들 詩人 안원찬] 북엇국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2/12/10 [09:49]



북엇국 

 

 

술에 젖어 망나니 되어 돌아온 남편

만정이 떨어져 내치고 싶다가도

다음날 아침 나 아니면 누가 저 속 풀어줄까

살 맞대고 살아온 알량한 정 하나로

술국 끓여주는 날

 

통북어 봉당 댓돌에 올려놓고

한바탕 요란하게 욕지거리 퍼부어대며

방망이로 신나게 두들겨 팬다

 

퍼지고 일그러진 몸통

쫙쫙 찢어 냄비에 넣어 우리고 또 우려낸다

 

혹취 내뿜는 납빛 얼굴로

설설 끓는 북엇국

덜덜 떨며 떠먹는 손 바라보노라면

괜스레 콧등 시려 오면서

평생 남의 편만 들어온 남편

슬그머니 내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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