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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밭들 詩人 안원찬] 뚝새풀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2/11/28 [20:42]

[긴밭들 詩人 안원찬] 뚝새풀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2/11/28 [20:42]

 

  © 뚝새풀



뚝새풀

 

이른봄 

황량한 논바닥에 농부보다 먼저 깨어나 자리 잡고 

생명을 잉태하는, 

겨우내 얼었던 논바닥에 축구장이라도 만들듯 무리지어 

파릇파릇 줄기 밀어 올리는, 

못자리 끝나면 

막대처럼 생긴 연한 갈색 꽃밥 올려 

봄바람이 재촉한 짝짓기로 열매 만들어 

논갈이할 때를 기다리는, 

허기진 배 움켜쥐고 보릿고개 넘던 시절 

열매 훑어다가 풀떼기 쑤게 하여 허기 달래게 해주고 

부종 수두 복통 설사에 뿌리 없이 달여 먹게 하고 

뱀에 물리면 열매 찧어 바르게 해주던, 

논바닥 갈아엎으면 

줄기와 이파리는 흙 속에 뒤엉켜 풋거름 되어주고 

씨앗들은 땅에 묻혀 다음 해를 기다리는, 

굶어 죽어도 씨앗은 거두고 죽는다는 농부 

땡볕에 낯가죽 익고 

장맛비에 손발 팅팅 불어도 지겨워할 겨를 없게 하고 

한시름 놓은 겨우살이에도 땔나무 하랴 

새끼 꼬고 가마니 짜랴 얼굴 뽀얄 겨를 없는 겨울지나 

봄맞이할 때까지 여유롭게 한해 무사히 보내고 

모낼 때 되면 또다시 전성기를 맞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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