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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복 작가 에세이4] 한옥(韓屋)이야기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2/11/08 [11:54]

[홍진복 작가 에세이4] 한옥(韓屋)이야기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2/11/08 [11:54]

 한옥(韓屋)이야기

 



사람이 좋은 집에 살고 싶어 하거나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것 같다.

 

'집'이라는 말은 인간이 농경생활을 하면서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볏짚이나 지푸라기, 풀잎 등으로 울타리를 치거나 지붕을 만들면서 '짚'에서 발음이 '집'으로 유래되었다.

 

집의 중요성

 

납량특집을 보면 집을 나간 자식이 한밤중에 방문을 두드리며 '엄마, 배고파 밥줘' 하는 꿈을 꾸다가 깨는 엄마의 장면을 볼 수 있다. 집밖에서 죽는걸 객사(客死)라 하는데 그만큼 집나가 죽는 것을 싫어했다. 요즘도 병원에서는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에게 마지막 순간이라도 편안히 계시도록 집으로 모시는 풍습이 남아 있다. 생을 마감할 때는 저승사자가 오는데 집이 가장 깨끗한 공간을 집이라고 여겼을 만큼 집에 대한 의미가 남달랐다.

 

집이 중요하다는 또 다른 예로는 조선시대에 풍속화 '평생도'를 보면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 까지 누구나 겪는 돌잔치, 혼인식, 회갑연, 장례식을 집에서 치르는 것으로 이상적인 인생행로를 그린 그림이다. 요즘처럼 가정행사를 음식점에서 하는 것과는 다르게 우리 조상들은 경사나 행복의 중심에 집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전통가옥 한옥(韓屋)

 

우리 조상들은 초기에 집을 지을 때는 북서풍 바람을 막기 위해 뒤에는 산을 등지고 앞에는 물이 흐르고 농사를 짓기 좋은 들판이 있는 곳을 택하였다. 소위 말하는 배산임수(背山臨水)라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집을 지었다. 북쪽에는 따뜻한 온돌이라는 형태로 짓게 되고 남쪽에는 시원한 마루라는 형태로 짓게 되면서 이 둘이 합쳐져서 오늘날 한옥의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전통가옥을 한옥이라 하는데 일본침략과 갑작스런 근대화로 한옥이 구시대의 산물처럼 인식이 되어 버렸다. 그나마 전주 한옥마을, 안동 화해마을, 경주 양동마을, 서울 북촌한옥마을 등에 전통 한옥이 남아있어 다행이다.

 



나와 집 그리고 동네

 

집을 선택하는 기준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자기가 뿌리를 내리고 사는 동네에 대해 알아 보는 것도 중요하다. 나무도 토양에 따라 열매도 다르게 열린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오랜 옛날부터 그 동네의 지리적 특성을 보고 이름을 지었다. 인공위성을 쌓아올리는 것을 高興에서 한다. 삼성반도체공장은 器興(器=반도체 모양)에 있다. 새萬金은 서해안시대가 오면 금융기관이 많이 들어설 곳을 예상해서 지은 것 같다. 金浦는 돈이 들어오는 항구다. 龍山은 용이 있는 곳으로 미군이 있었고 국방부가 있는 곳이다. 여의도는 용산에 있는 용이 한강 물을 먹고 있는 용의 머리가 있는 곳인데 여의주(권력)를 차지하기 위해 국회에서 여야가 싸우고 있는 형국이다. 이와 같이 자기가 사는 동네의 역사나 특징을 나와 우리집과 관련지어 보면 우리의 삶의 질도 풍요로워질 것이다.

 

아름다운 한옥

 

한옥은 서양의 집처럼 투박한 벽으로 구분되어 너와 내가 분리된 공간도 아니며, 거창하고 화려하지도 않다.

 

한옥은 정신적 여유와 따듯함이 있고 철학과 사유가 있다. 지붕의 선에도 리듬과 美가 있다. 담장의 높이도 뒷꿈치를 들면 집안이 보이고 그냥 서있으면 보이지 않는다. 한옥문짝 무늬도 아름답거니와 문짝을 바른 창호지도 옆방의 소리를 엿들으면 들리고 지나치면 들리지 않는 공동체 속에서 개인생활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우리 조상들은 집이든 사람이든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담한 사이즈를 좋아한 것 같다. 하나님께서도 우리 한민족의 조상을 아담으로 이름 지으셨다.

 

경건한 한옥

 

우리조상들은 집을 하나의 사각형의 구조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우주로 보고 신들과 함께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각각의 방을 담당하는 신들이 있다고 보았는데 화장실에는 측신, 부엌에는 조왕신, 재물을 지켜주는 입신, 집 전체를 지켜주는 성주신이 있다고 믿었다. 그만큼 한옥은 경건함이 있다. 그러니 요즘 집에서 일어나는 가족 간의 비극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집을 지을 때 재미난 행사는 上樑式인데 대들보를 얹을때 무병장수, 자손번성 등 덕담도하고 음식도 대접한다.

 

이와 같이 우리 한옥은 아름답고 따듯한 정이 있고 경건함이 있는 등 장점이 많다.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장점을 보존하면서 서양의 발달된 건축기술을 활용해 더욱 좋은 한옥으로 발전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홍진복 작가

저서 : 서울시 교육감 인정도서 《초등 한자》(전 6권), 서울시 교육감 인정도서 《아름다운 생활》(전 6권), 초등 학생이 꼭 익혀야 할 급수 한자 500자 쓰기 상,하

경력 : 전 서울신사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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