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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후회할 것이라면

윤지호 기자 | 기사입력 2023/06/19 [21:42]

어차피 후회할 것이라면

윤지호 기자 | 입력 : 2023/06/19 [21:42]



우리를 괴롭히는 고약한 존재 중에 후회가 있다. 후회는 마음이 안정을 찾지 못하도록 뒤흔드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는 몸과 마음을 들뜨게 하여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때로는 이러한 후회가 너무나 강렬해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이 동반될 수도 있다. 상담실에 찾아온 한 젊은 내담자는 사람을 만나든, 일을 하든, 누군가와 대화를 하든 집에 돌아와서는 ‘내가 왜 그렇게 말했을까...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어떻게 보여졌을까...’ 곱씹으며 후회하느라 수면장애를 얻게 되었고 결국은 불안장애 진단을 받고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며 생활하게 되었다. 

 

여행을 계획하는데 여행지 선택에서 동남아와 일본 중 어디가 나을 것인가 고민 중 동남아로 여행을 가기로 하고 모든 계획을 완료하였다. 그런데 그때 일본 여행의 호텔과 항공권 할인 소식을 접하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만약 계속해서 동남아를 선택한다면 일본 여행의 저렴한 비용이나 편안함이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반면 일본으로 가게 되면 동남아의 다양한 볼 기회를 잃을 뿐만 아니라 그간의 계획이 헛수고가 되는 것이다. 두 가지 중 어떠한 것을 선택하더라도 하나의 선택 결과는 후회감이라는 정서가 나타나게 될 것인데, 둘 중 어떤 선택이 더욱 후회스러운 일이 될까?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결정을 해야 하고 여러 가능한 대안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선택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고, 나중에서야 이미 놓쳐버린 선택이 더 좋은 선택이었음을 깨닫는 경우도 흔하다. 지나간 선택은 돌이킬 수 없기에 사람들은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할 수밖에 없다.

 

부정적인 정서들과 관련되어 있는 후회는, 만일 과거에 달리 행동했더라면 현재 상황이 더 나아질 수 있었음을 깨닫는 것으로 “만약 …했다면(또는 하지 않았다면), …했을 텐데”와 같이, 어떤 사건을 경험한 후에 일어나지 않았던 가상의 대안적인 사건들에 파묻혀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현상이다. 후회와 관련된 사고는 현재 상황을 좋지 않게 평가하고 더 나은 대안적 상황과 비교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노, 과민함, 당혹함, 무력함, 자포자기, 슬픔 등과 같은 부정적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후회를 많이 할수록 신체적 질병들과 연계될 뿐만 아니라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주관적인 안녕감도 낮아지게 된다. 

 

그러나 후회가 언제나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후회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후회는 실수를 바로 잡고 좋지 않은 버릇을 고치거나 이루지 못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드는 동기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후회 없는 삶을 살기란 거의 불가능하기에 후회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 시켜주는 적응적인 대응 전략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후회 경험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삶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과거의 선택을 자꾸만 반추하면서 후회하고, 되돌리고 싶어 애태우는 것은 한마디로 어리석은 일이다. 과거는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어쩌면 그 당시 그 선택이나 행동이 가장 최선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자기 자신을 나무라며 죄책감에 휩싸이기를 멈추어 보면 어떨까. 과거의 부끄럽다 여겨지는 모습을 떠나보내고 지금 눈앞에 놓여있는 현실을 바라보는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 선택과 후회는 한 번뿐인 인생을 사는 우리에게 필수 불가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완벽한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완벽한 인생과 완벽한 선택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과 선택들이 우리의 최선이었다고 믿고 오늘도 뚜벅뚜벅 살아갈 뿐이다. 

 

김화순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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