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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안철수 비판...문재인 방패막이 자처?

조현진 기자 | 기사입력 2015/09/14 [23:23]

조국의 안철수 비판...문재인 방패막이 자처?

조현진 기자 | 입력 : 2015/09/14 [23:23]

[신문고 뉴스] 조현진 기자 = 세정치민주연합 내분사태가 막바지에 이른 느낌이다.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카드가 여전히 유효한 가운데 16일 중앙위의 혁신안 통과를 두고 주류와 비주류가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다. 겉으로는 어느 한쪽이 완패하기 전에는 끝날 것 같지 않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지금까지 양측은 누구도 탈당 또는 신당을 입에 담지는 않았다. 그런데 당 혁신위원으로 영입된 서울대 조국 교수가 탈당과 신당을 입에 올렸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혁신안 비판에 이어 문 대표의 재신임 압박 전술은 잘못이란 지적에 대해 조 교수가 문 대표와 주류측을 대신하여 안 전 대표에게 "탈당해서 신당을 하라"고 쏘아부친 것이다.

 

▲ jtbc 뉴스 화면 캡쳐

 

 

이런 조 교수의 대꾸에 안 전 대표 측은 가소롭다는 표정이다. 그리고 당인이 당의 잘못을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독선이라고 되치기를 했다.

 

그렇다면 조국 교수는 왜 안철수 전 대표에게 탈당하여 신당을 하라고 쏘아부친 것일까? 당원도 아닌 외부인사가 마치 당의 주인마냥 설치는 것일까? 정치인도 아니고 학자라고 하며 서울대법학대학원 교수라는 직책을 갖고 있으면서 왜 정당의 분쟁에 직접 뛰어든 것일까?

 

그것은 13일 인 전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문 대표에게 드리는 글 때문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그 글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혁신위의 공천룰은 하나의 제도개선책으로 논의될 수 있지만 혁신의 전부도 본질도 아닙니다"라고 직격탄을 쏘았다. 그리고 이 같은 혁신안을 놓고 대표의 진퇴를 거는 재신임카드는 당내 전투에서는 이길 지 모르나 새누리당과 전쟁에서는 필경 질 것이라며 재신임 카드를 혁신안과 연계하는 것을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이 편지 뒤 조국 교수는 안 전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조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따르기 싫으면 탈당하여 신당을 차리면 될 것"이라면서 ""당인(黨人)이라면 정당한 당적 절차를 존중하라"고 일갈했다. 그리고 지금 조 교수의 이 같은 행위는 당 분열의 한 가운데에 있다. 그래서 신문고 뉴스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안 전 대표의 편지 전문을 인용한다.

 

아래는 13일 안 전 대표가 문 대표에게 쓴 편지다.

 

문재인 대표께 드리는 글

 

“같은 욕심을 가진 자는 서로 미워하고

같은 걱정을 가진 자는 서로 친하다”

- 戰國策 -

    

요즘 여러 가지로 마음이 편치 않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혁신안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과 함께 당내 평가도 호의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당내 분란이 끊이지 않아 근심이 크실 것입니다.

    

동의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 우리 당의 위기는 한마디로 변화된 환경과 낡은 시스템의 충돌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민주당과 통합한 이래 짧은 기간이나마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그리고 7.30 재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임한 이후 일 년여 동안 느낀 것은 당에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타성이 뿌리 박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디에서도 민주성, 개방성, 확장성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집권 의지와 역동적인 혁신의 기운은 더욱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패권적 사고의 한편에는 기회주의와 적당주의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제가 9월 2일에 혁신의 3대 방향으로 <낡은 진보 청산>, <부패 척결> 그리고 <새로운 인재영입>을 주장한 이유는 당의 이러한 병폐를 극복하고자하는 충정에서 나온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제가 제기한 혁신의 기조와 방향은 내년 총선승리 그리고 정권교체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결코 비껴갈 수 없는 혁신의 본질적 문제라는 사실입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 혁신위의 공천룰은 하나의 제도개선책으로 논의될 수 있지만 혁신의 전부도 본질도 아닙니다. 본질을 외면하고 공천룰이 혁신의 전부인양 집착한다면 우리 당의 모습은 혁신논쟁이 아니라 집안싸움으로만 비칠 것입니다.

    

제가 느낀 또 다른 당의 문제점은 구성원들 간에 신뢰의 부재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못 믿는 불신이 너무나 팽배해 있습니다. 신뢰가 없는 조직에서는 어떤 제도도 정당성을 갖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제도를 편법으로 운용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악용한 사례들이 너무나 많다고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합니다. 지난 19대 총선 공천과정이 그랬고, 지금도 전화여론조사에 대한 당내 불신이 팽배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표께서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천제도가 아무리 공정하다고 주장한들 얼마나 믿겠습니까?

    

제가 ‘혁신은 실패했다’라고 말씀드린 배경에는, 혁신위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당의 모습이 조금도 변하지 못하고 지속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혁신위는 지난 100여 일 동안 나름의 노력을 다했겠지만, 당의 본질적 문제와 병폐에 대해 손을 대지 못하면서 국민의 관심과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4.29 재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진솔한 성찰과 진단도 없었습니다. 의원정수 증원 같은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 주장을 하더니, 정작 당 인사들의 문제에는 침묵했습니다.

    

저 스스로의 책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안철수는 새정치 한다더니 무엇하고 있느냐?’는 국민의 질타를 두렵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낡은 정당의 프레임에 그대로 갇혀버린다면 제가 정치에 입문한 명분이나 민주당과의 통합명분도 없어져 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경험하고 느낀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한 것입니다.

    

저는 제가 제기한 혁신안 비판에 대해 활발한 당내 공론화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혁신기조를 권력다툼으로 몰고 가려는 순수하지 못한 움직임이 있습니다. 그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제가 요구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승리가 힘들다는 문제인식을 공유하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당이 혁신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혁신은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혁신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 대표께서 혁신안을 재신임과 연계하고 중앙위에서 통과시키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부적절합니다.

    

첫째, 당의 혁신문제가 대표의 거취문제로 바뀌게 됩니다. 이것은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는 것입니다. 재신임이 아니라 혁신의 본질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오히려 혁신의 절실함과 당위성을 강조했어야 했습니다.

    

둘째, 혁신안이 통과되어도 당은 혁신되지 않습니다. 혁신위의 공천룰이 통과된다고 해서 아무도 당이 혁신적으로 바뀌고 총선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왜 지금 혁신논쟁을 하고 있습니까? 내년 총선에서 이기고 정권 교체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겠습니까? 핵심적인 문제도 아닌, 문제의 본질과 동떨어진 공천룰을 갖고 승부를 거는 것은 문제 해결과 거리가 멉니다.

    

셋째, 어떤 결과가 나와도 혼란은 해결되지 않습니다. 중앙위를 강행한다면 찬반이 격렬하게 나뉘면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당은 혼란과 분열에 빠질 것입니다. 혁신의 본질은 사라지고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권력투쟁만 남을 것입니다.

    

문대표께서 말씀하신 재신임은 당의 근본적인 혁신문제를 개인 신상문제로 축소시킴과 동시에 혁신논쟁을 권력투쟁으로 변질시키는 것입니다. 자칫 대립적이고 분열적인 사고로 자기 진영 외에 나머지는 모두 배척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그런 길을 강행한다면 그것은 당내 싸움에서는 이길지 모르지만 새누리당에게는 지는 길입니다.

    

문재인 대표께 요청합니다.

    

첫째, 16일 중앙위원회 개최를 무기 연기해 주십시오. 저는 공천룰과 대표직 신임을 연계하는 중앙위원회 개최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말씀드린바와 같이 책임지는 방식도, 문제를 푸는 방법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갈등만 양산할 뿐입니다. 그런 중앙위원회의 결정이 어떤 당위와 정당성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더욱이 공천룰은 혁신의 본질도 아닐뿐더러, 우리는 이미 2012년에 모바일 경선과 선거인단 모집 과정의 참담한 결과를 보았습니다. 진정 국민의 뜻을 반영하고자 한다면 오픈프라이머리를 수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진정 당원과 국민의 뜻을 모두 존중하는 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총선에서 승리할 지에 대해 숙고하고 뜻을 모아,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재신임을 위한 여론조사도 취소해 주십시오.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조사는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의미부여가 어렵습니다.

    

셋째, ‘지역별 전당원 혁신토론회’ 개최를 제안합니다.

    

혁신논쟁의 거당적 공론화가 필요합니다. ‘무엇이 진정한 혁신의 길인가?’, ‘당의 낡은 사고와 틀, 병폐들을 어떻게 뜯어 고칠 것인가?’, ‘무엇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인가?’ 등을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와 의지를 모아나가야 합니다. 국민의 관점과 기준에서 밤을 지새워서라도 당의 새 길을 찾는 ‘혁신끝장토론’이 필요합니다.

    

돌이켜볼수록 4.29 재보궐선거 이후 당은 어떤 책임도 성찰도 없었습니다. 혁신의 시작도 이 부분을 무시했습니다. 그 결과는 국민의 무관심과 당의 지리멸렬입니다. 거듭 느끼지만 정당의 목표가 분명히 있을 텐데 우리 당은 집권을 위한 집단적 고뇌와 몸부림이 없습니다. 무엇이 당을 이렇게 만들었습니까? 중국 전국책에 ‘같은 욕심을 가진 자는 서로 미워하고, 같은 걱정을 가진 자는 서로 친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위기의 국가와 고단한 국민에 대한 진심어린 걱정,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절실한 걱정이 같다면 우리는 미움과 오해, 다툼도 멈출 수 있고, 국민이 바라는 혁신도 이루어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문 대표께서 현명한 판단과 결단을 내리시기 바랍니다.

    

2015. 9. 13

안 철 수 드림

    

    

 

 

 

 


원본 기사 보기:신문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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