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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공급과잉으로 경락값 생산비 밑돌아

윤지호 기자 | 기사입력 2023/11/19 [19:50]

한우공급과잉으로 경락값 생산비 밑돌아

윤지호 기자 | 입력 : 2023/11/19 [19:50]



한우 공급과잉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암소 감축 운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시·군에선 지속해서 사육마릿수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 47개 시·군 사육마릿수 늘어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공개한 ‘지역별 전년 대비 한우 사육동향’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전체 181개 시·군 중에서 지난 1년간 한우 사육마릿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경북 의성으로 나타났다.

 

의성에서 지난해 10월 사육된 한우는 모두 4만9239마리였는데, 올해 10월에는 이보다 7%(3462마리) 늘어난 5만2701마리로 집계됐다. 의성의 뒤를 이어 전남 나주(2509마리)·고흥(1907마리), 전북 남원(1518마리), 전남 화순(1343마리) 순으로 사육규모가 늘었다.

 

사육규모가 큰, 소위 ‘대군농가’일수록 한우 입식에 더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한우농가의 74%(6만1820곳)에 해당하는 한우 사육마릿수 1∼49마리 규모인 중소농가의 경우 농가마다 1.1∼2.4마리씩 사육규모를 줄였다. 하지만 사육마릿수 50마리 이상인 전업농의 경우 적게는 1.2마리에서 많게는 6.7마리까지 사육규모를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한우 사육마릿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의성의 경우, 사육규모를 확장한 대군농가의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의성지역에서 500마리 이상 한우를 키우는 농장 7곳이 무려 1377마리를 더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농가 1곳당 평균 200마리에 가까운 소를 늘린 셈이다.

 

◆공급과잉으로 경락값 생산비 밑돌아

 

문제는 이같은 공급과잉에 따른 여파로 한우 경락값이 생산비를 밑도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당 한우 경락값은 지난해 10월 1만8898원에서 올해 10월 1만7866원으로 5.5% 떨어졌다. 전국한우협회는 올들어 비육우 1마리 출하 시 200만원가량 순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폐업한 한우농가는 4221곳에 달한다.

 

일부 지역 및 대군농가를 중심으로 지속해서 사육규모가 늘어나는 것에 많은 일반농가 및 업계 관계자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남의 한 한우농가는 “한우값이 폭락할 때 사육마릿수를 늘려놓으면 다시 가격이 회복될 때 큰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이기적인 생각에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대군농가들이 사육마릿수 확대에 혈안이 돼 있다”면서 “이러한 ‘무임승차’ 행위는 근절돼야 하며 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한 자정 노력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만교 전국한우조합장협의회 회장(충남 부여축협 조합장)은 “공급과잉이 지속됨에 따라 뿌리농가에 해당하는 중소규모 농가들에 어려움이 특히 가중되고 있다”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선 모든 농가가 ‘한마음 한뜻’이 돼 수급조절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 낭비’ 지적 피하려면 농가 노력 필요

 

정부는 한우 수급안정 대책과 관련된 주요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올해 초 자조금 정부지원금을 기존 92억원에서 230억원이 늘어난 322억원으로 확대한 바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내년에도 수급조절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자 정부에 해당 지원액을 늘려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이처럼 매년 수백억원대 예산을 들여 수급조절책이 펼쳐지는 가운데, 정책에 역행하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정책을 이어갈 명분이 없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한쪽에선 혈세를 들여 수급안정을 지원하고 다른 쪽에선 보란 듯이 사육마릿수를 늘린다면 해당 정책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농가 스스로 수급을 조절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반복되는 가격 등락 파동을 피하기 위해선 일본 화우농가들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정수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사무관은 “일본에서는 농가의 자발적인 협의를 통해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160만∼180만마리 사육마릿수를 유지하며 가격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면서 “결국 농가 스스로가 수급 조절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우 수급조절 매뉴얼상 올해 수급단계는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설정됐다. 미래 수급안정을 위해 암소 감축 등 사육규모 조절사업을 시행하고 한우 소비촉진사업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올해 한우 도축마릿수는 94만9000마리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며, 내년에는 역대 최고 수준인 100만8000마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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