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다리 죽변항 5
무거운 수압으로 납작해진 몸통 두 눈 오른쪽으로 밀려나고 입마저 작아진, 대형 고무다라이 속에서 숨죽여 사는 동안 검은 사자(使者) 찾아올 때마다 눈 깜박이지 않고 죽음 똑바로 쳐다보며 숨 막히던 불안 느닷없이 끌려 나와 소쿠리에 담기자마자 눈 튀어나온, 도마 위 살기등등한 칼 보고 퍼덕이며 아가미 벌룽거려보지만 대가리 한 방 얻어맞고 꽁지 대가리 잘리고 속까지 내어준, 몸통, 벗지 않을 수 없는 탈피기 위에 얹혀 단번에 홀라당 벗겨진,
평생 수산시장에 좌판 펼쳐놓고 절퍼덕 절퍼덕 밑바닥 기며 살아온 고단한 할머니 고스란히 담겨있는 하얀 접시 위에서 꼬리 흔들며 자꾸만 내게 술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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