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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밭들 詩人 안원찬} 도다리

죽변항5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2/09/18 [17:24]

[긴밭들 詩人 안원찬} 도다리

죽변항5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2/09/18 [17:24]


 

 

도다리 

죽변항 5

  

 

무거운 수압으로 납작해진 몸통 

두 눈 오른쪽으로 밀려나고 입마저 작아진, 

대형 고무다라이 속에서 숨죽여 사는 동안 

검은 사자(使者) 찾아올 때마다 

눈 깜박이지 않고 죽음 똑바로 쳐다보며 숨 막히던 불안 

느닷없이 끌려 나와 

소쿠리에 담기자마자 눈 튀어나온, 

도마 위 살기등등한 칼 보고 

퍼덕이며 아가미 벌룽거려보지만 

대가리 한 방 얻어맞고 

꽁지 대가리 잘리고 속까지 내어준, 

몸통, 벗지 않을 수 없는 

탈피기 위에 얹혀 단번에 홀라당 벗겨진, 

 

평생 수산시장에 좌판 펼쳐놓고 

절퍼덕 절퍼덕 밑바닥 기며 살아온 고단한 할머니 

고스란히 담겨있는 하얀 접시 위에서 

꼬리 흔들며 자꾸만 내게 술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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