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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밭들 詩人 안원찬] 리모컨에 의해 잠들고 깬다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2/06/29 [18:02]

[긴밭들 詩人 안원찬] 리모컨에 의해 잠들고 깬다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2/06/29 [18:02]

 

리모컨에 의해 잠들고 깬다 

 

 

집에 들어서면 습관적으로 티브이를 켠다

 

실내복으로 갈아입은 뒤 안락의자에 몸 뉘이고

 

리모컨 버튼 누르는 순간 현실의 중력에 억류되었던

 

몸과 마음의 세포 붕 떠오르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에 휩싸여 무엇이든

 

내 맘대로 세계를 조종할 수 있는 초능력자가 된 기분이다

 

리모컨 하나면 드라마 다큐멘터리 스포츠 홈쇼핑 등속

 

어느 세계라도 잠입할 수 있다

 

나는 그 속에서 함께 울고 웃고 흥분하고 화내고

 

침 흘리고 졸다 리모컨의 온·오프대로 깨고 잠든다

 

나의 시선은 모니터라는 프레임 안에 갇혀있다

 

생활이 밖으로 나를 불러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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