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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복작가 에세이 16] 재미있는 우리말

사위는 순우리말로 순위가 4번째라는 말이다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3/01/31 [19:02]

[홍진복작가 에세이 16] 재미있는 우리말

사위는 순우리말로 순위가 4번째라는 말이다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3/01/31 [19:02]

 



일기예보를 보니 다음 주에는 비가 며칠 오락가락할 것 같다. 우리 할아버지들은 말을 하나하나 만들 때 우리 후손들이 볼 때도 재미있고 지혜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 라는 말을 보더라도 얼마나 다양하고 그 상황에 알맞게 만들어 썼는지 알 수 있다.

 

얼마나 기다렸으면 비의 양이 적어도 꼭 필요한 때 내린 비라 하여 '단비'라 했을까? 햇빛이 난 날 잠간 내리는 비를 '여우비'라 하는데 여우가 시집가는 날이라고 했으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여름날 일꾼들이 일을 쉬고 잠시라도 낮잠을 자라고 비가 온다 해서 '잠비'라고 한다. 햇볕이 쨍쨍 났는데 비가 온다고 농부와 스님이 소내기를 했는데 마침 비가 왔다 해서 그 비를 '소나기'라 했다. 이외에도 가랑비, 이슬비, 실비, 구슬비, 봄비, 가을비, 장미비, 억수비 등 비에 대한 말은 60여 가지가 있지만 여기서 멈추고 비 이야기가 나왔으니 우산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먼저 동심으로 돌아가 윤석중 선생의 '이슬비' 노래부터 불러보자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빨간 우산 검정우산 찢어진 우산 

좁다란 학교 길에 우산 세 개가 

이마를 마주보며 걸어갑니다,

 

지금이야 우산이 흔하지만 우리가 어렸을 적만 해도 비가 오면 우산이 없어서 보자기나 자루, 비료부대를 덮어 쓰고 학교를 다녔지만 그때는 흉이 아니었다.

 

당시 어른들도 농사지을 때 비가 오면 여자들은 쓰개치마를 썼고 남자들은 볏짚으로 만든 도롱이나 삿갓, 밀짚모자, 갈옷을 썼으며 그 후 기름종이 우산, 비닐우산이 등장하게 되고 근래에 들어 우산도 많이 발달해서 2단 3단 접이식우산도 나왔다. 우산살이나 우산대, 천의 소재나 색상이나 디자인, 편리함 등도 대단히 발전했다.

 

독립신문에 보면 옛날에는 비가 오면 평민은 그대로 비를 맞아야지 물건으로 비를 가리거나 햇빛을 가리면 하늘을 거역하는 것으로 생각하던 시대라서 우산은 임금이나 왕족만이 나라에 행사가 있을 때만 썼다. 외국인이 이런 실정을 모르고 우산을 쓰고 길거리에 나왔다가 폭행을 당했다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우리말 어원(語源)

 

단군할아버지는 아담(환웅)의 15대 후손 욕담에게 13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 중 12번째 하일라 혼자 동방으로 와서 아사달을 만드셨다. 하일라가 단군인데 '단군 할아버지'라고 부르게 되었다.

 

지금도 터키어나 몽골에는 탱그리, 탱그루라는 말이 남아 있는데 이 말은 한자로 번역되면서 檀君이라는 발음으로 변했다고 언어학자들은 주장한다. 또 옛날에는 무속인의 영향이 컸다. 나라에서도 행사가 있으면 날씨가 좋은지 택일을 무당한테 물어보고 했다. 무당들이 사는 고을을 당골, 당골 동네라는 뜻으로 당골네라 하였는데 당시 단군도 권능의 소유자였기에 당골로 불리다가 단군으로 변했다는 이야기가 고서에 나온다.

 

얼굴은 얼(蘖=구루터기얼)이 드나드는 굴이 있다하여 얼굴이라 한다. 또 얼꼴(모양)로 얼은 양식으로 어떤 음식을 먹고 사느냐에 따라 얼굴의 모양이 달라진다 한다. 얼굴은 얼꼴이라는 말이 변형된 말이다.

 

손은 자손을 의미하는데 그래서 슬하에 자식이 몇 명 있는지를 알아보려면 손금을 본다. 손가락이 10개 있는 것은 사람이 10달이 되어야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손은 손님이라는 뜻도 있다. 우리 집에 초대받은 손님이란다. 남자가 집을 짓고 제일 처음 맞은 손님은 부인이다. 그래서 계집女변에 손賓을 써서 아내빈자를 쓴다. 옛날에는 왕세자의 아내를 빈세자라 했다. 두 번째로 온 손님이 자식이라는 거다.

 

손가락. 발가락, 옷자락, 산자락은 갈라졌다 해서 나온 말이다. 발은 땅을 밟고 다닌다 하여 발이고 산은 주변보다 높은 곳을 산이라 하는데 그래야 비가와도 살 수 있다 해서 산이라 하고 죽은 사람이 사는 곳을 산소라 한다.

 

소리는 영어로 soul (혼)이 나오는 음(音) 을 '소리' 라고 했다. 서울은 이성계가 북한산에 올라가 눈(雪)이 녹은 곳을 울타리(경계)로 하여 한양으로 하라고 한데서 나온 말이다. 또 서울은 앞에서 말한 영어로 soul 즉 이 나라의 혼이 있는 곳이라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봄은 만물이 보인다 해서 봄. 여름은 열매를 맺는 계절이라 여름. 가을은 갈무리를 하는 계절이라 가을. 겨울은 잘 지내야 추운 시기를 간신히(겨우) 살아남을 수 있다 해서 겨울이라 한다. 열매는 열(10)이 되면 완성한다하여 맺는다는 뜻으로 열매라고 한다.

 

아내는 집안의 해라 하였고 남편은 아내 쪽의 다른 쪽 즉 남자 쪽이라 하여 남편이라 하였다. 남편을 영감이라 하는데 감이란 신(神)감자를 쓰는데 집안에 令이서는 신이라는 뜻이다. 고을에는 원님을 대감이라 불렀고 나랏님은 상감이라 불렀다.

 

사위는 순우리말로 순위가 4번째라는 말이다. 즉 딸네 집에서는 아버지, 어머니, 아들 다음으로 네 번 째라하여 사위라고 했다. 어른의 말은 말씀이라 하는데 어른의 말은 쓸모(씀씀이)가 있는 말이라 하여 말씀이라 한다.

 

'궁금하다'라는 말은 옛날에는 궁궐 안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궁궐 밖에서는 절대로 말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되었다. 금지될수록 궁궐 밖 일반백성들은 더욱 궁금증이 더해 간다. 여기서 ‘궁금하다’라는 말이 나왔다.

 

옛날에는 시골에는 삽작문이 있고. 잘사는 사람 집에는 대문이 있다. 궁궐에는 대문이 있고 그 옆이나 뒷쪽에 쪽문이 있다. 鉉館門이라는 말은 일제시대 지은 집에 있었지만 대중적인 문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파트가 들어오면서 현관문은 일반적인 문이 되어버렸다. 鉉館문은 검을 鉉자를 쓴다. 현관문에 검을鉉을 쓰는 이유가 따로 있다. 현관문은 어두워야 한다는 얘기다. 첫째는 사람이 들어올 때 귀신이 따라들어 오는데 밝으면 귀신이 나가버린다는 것이다. 물론 이 귀신은 복을 가져오는 귀신인데 현관에 불이 환하거나 거울 때문에 빛이 비치면 귀신이 도망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관에 거울은 두지 않는 것이 좋다고 풍수 보는 사람은 주장한다. 또한 외간남자가 현관문이 열려 있을 때에 집안에 여자 혼자 있는걸 보게 되면 좋지 않다는 얘기다.

 

蘖掘은 얼(정신=Soul)이 들어가는 굴(터널)이 있는 굴이라는 뜻이라는 주장도 있고 얼의 모양(꼴)이라는 주장도 있다.

 

쥐뿔도 없다는 말은 원래 짚불을 말한다. 짚은 타면 재가 남지 않는다. 짚불의 반대가 장작불이다. 장작불은 숯덩이가 남는다. 쥐뿔도 없다는 말은 가진 게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남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사람을 오지랍이 넓다고 하는데 앞가슴을 감싸는 부분을 오지랍이라고 말하는데 오지랍이 넓으면 앞가슴을 넓게 감싼다 해서 생긴 말이다.

 

콩과 보리도 구별 못하는 사람을 어리석다는 뜻으로 콩숙(菽)자 보리 맥(麥)'자를 써서 숙맥'이라한다. '철부지'에서 철은 사계절을 말하는데 부지(不知)는 모른다는 뜻으로 계절이 변화하는 것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여 왔다.

 

옛날에는 먹을 것이 부족해 명절 때 떡 먹을 기회가 되면 어쩌다 꿀을 찍어 먹어 본 경험 있어 명절 때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게 되면 고향 가고 싶은 생각이 나는데 이때 꿀에 떡을 찍어 먹던 생각이 나서 꿀떡생각이 난다는 말이 잘못 쓰여 져 고향생각이 꿀뚝 같다고 말하게 된 것이다.

 

창조주께서 가축들을 만드시고 소와 돼지한테 앞으로 무엇을 먹고 살고 싶으냐고 물었는데 돼지는 달콤한 꿀을 먹어 본 적이 있어 꿀을 먹고 살고 싶다고 하였으나 꿀은 비싸서 허락을 받지 못해 오늘도 그 생각이 날 때는 꿀꿀하다고 한다.

 

사랑채는 사랑의 집채라는 뜻인데 남편이 아내를 위해 길 바깥쪽으로 집을 한 채 만들어 놓은 것으로 남자가 죽으면 길가는 나그네가 숙박을 청하면 재워도 주고 밥도 해 주다보면 눈이 맞아 사랑을 할 수 있도록 아내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지은 집을 말한다.

 

‘시치미를 떼다’는 말은 시치미는 매의 다리에 이름을 써서 매달은 표식인데 남의 좋은 매를 자신의 매와 그 표식을 바꿔 달아 놓고는 모른척할 때 시치미를 뗀다고 한다.

 

호빵은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에 안흥찐빵이 유명하다. 어떨 때는 기다란 줄을 서서 사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다. 1971년 삼립식픔에서 처음 쓰기 시작했는데 당시 특허권을 내지 않아 어느 회사라도 호빵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었다. 원래 호는 오랑캐 호(胡)자를 쓴 것인데 중국과 관련이 있다.

 

중국인의 옷에 달린 주머니라 하여 호주머니라고 부르듯이 호빵도 오랑캐들이 농사지은 호밀로 만들었다 해서 호(胡)자를 쓴 것으로 보인다. 빵이라는 글자는 점점 부풀러 올라 커지게 되는 형용사로 ‘빵빵하다’라는 말을 쓰면서 솥에서 나올 때의 표현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하게 된듯하다. 추운 겨울에 특히 눈 내리는 겨울밤에 먹는 호빵은 호호 불면서 먹으면 너무 맛있다. 빵에도 찐빵도 있고 술빵도 있다. 군인들이 먹는 건빵, 단팥빵, 식빵, 호밀빵, 마늘빵, 크림빵 등 다양하다.

 

동장군도 혹독한 겨울추위를 가리켜 나온 말이다. 똥장군은 똥을 담는 그릇인데 어른들이 공부하지 않는 아이를 가리켜 똥장군이라고도 하였다.

 

 



우리말에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흉내 내지 못할 정도로 재미있게 만들어졌다. 그것은 우리 한글의 우수성도 한몫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빨갛다는 말도 새빨갛다. 불그스레하다 검불그레하다 등 외국말로는 한 가지 말밖엔 없는데 우리말은 하도 여러 가지로 표현되어 외국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우기 어렵다고 한다.

 

‘죽었다’라는 말도 숟가락 놨다, 숨졌다. 숨 끊어졌다, 뒤졌다 등 여러 가지다. 우리말을 그냥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 적어 보았으나 재미난 우리말은 참 많기도 하다. 요즘에는 국어사전 말고도 시중에 어원사전도 많이 나와 있어 관심분야와 궁금한 단어를 심심할 때 찾아보면 좋을 것이다.

 

재미난 우리말을 통해 우리조상들의 지혜와 재치를 알고, 보다 더 아름답고 좋은 말을 만들고 빠르고 편리한 영상매체로 인해 사라져가는 우리말을 잘 보존하는 것도 이 시대에 사는 우리가 해야 할 몫이 아닌가 생각한다.

 

홍 진 복 

(전)서울신사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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