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
이른 아침 안개 자욱한 뜰에 노랑나비 몇 마리 달맞이 이파리에 살갑게 붙어있었다 곰곰 들여다보니 간밤에 갓 태어난 꽃들이었다 투명한 빛깔에 꽃의 얼이 얼비치었다 저 여린 얼이 아니었다면 더욱 빈한했을 내 여름의 뜰 어느 날 꽃들은 앙상한 줄기에 딸랑 씨만 남긴 채 자취를 감추었다 마지막 꽃대를 흔들어주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시나브로 다가온 숫가을 내 속들까지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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