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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군청 건물을 박물관으로, 미술관은 재래시장으로 가야"

홍천미술관 일원 역사문화예술타운 조성, 전면 재수정 필요

용석춘 기자 | 기사입력 2019/09/08 [20:35]

"(구)군청 건물을 박물관으로, 미술관은 재래시장으로 가야"

홍천미술관 일원 역사문화예술타운 조성, 전면 재수정 필요

용석춘 기자 | 입력 : 2019/09/08 [20:35]

 

“시장도 살고 예술가들도 시장 안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작품 공급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  .  . 김영진 화백, " 홍천미술관은 시장 속으로 가야" 주장

 

 

 

 


“홍천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구)홍천군청건물을 홍천박물관으로 전환하고 현재의 미술관은 침체된 홍천시장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김영진 화백의 주장이 제기되자, 홍천문화예술계와 지역주민들이 환영하며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홍천미술협회 회원인 김영진 화백은 “예술가들이 홍천재래시장에 들어가 상인들과 함께 소통하고 교감을 통해 죽어가는 재래시장을 예술로 승화시켜야 재래시장도 살고 예술가도 살 수 있다”며 “지금의 홍천미술관을 증축, 리모델링하기보다 박물관으로 전환하고 미술관은 시장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화백은 예술가들이 재래시장으로 진출해 시장 점포를 임대해 작품 활동을 전개하고 지역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다면, 또한 시장 안에서 다양한 예술 공간이 펼쳐진다면, 그동안 지역주민들의 소외된 문화욕구도 충족되고 어른뿐만이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훌륭한 현장교육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예술가들이 시장에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나서 빈 점포나 기존 점포를 무상임대하거나 저리의 금융지원으로 예산을 투입한다면, 시장도 살고 예술가들도 시장 안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작품공급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화백은 그동안 지방자치단체가 시장에 쏟아 부은 예산이 수십, 수백억임에도 불구하고도 재생할 수 없었던 것이 현실이라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미술관이 시장에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홍천미술관 일원 역사문화예술타운 조성 기본계획 간담회”

 

 

 


지난 9월 6일 오후2시, 홍천미술관 교육실에서는 홍천문화체육과가 주최한 ‘홍천미술관 일원 역사문화예술타운 조성 기본계획 주민 간담회’가 약 30여명의 문화예술단체 관계자 및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날 사업용역을 맡은 위드컬처 관계자는 홍천미술관을 중심으로 예술이 담긴 관광타운을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미술관을 리모델링하고 주변 부속시설을 증개축하며 부거점지역엔 강변리버마켓, 진달래길 조성, 공영주차장 건립 등으로 찾고 싶은 홍천을 만들겠다고 보고했다. 이어 2022년 이후 홍천군의회 자리에는 40억을 들여 홍천박물관을 건립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용역업체의 부실보고

 

그러나 용역업체의 일방적인 보고와 보고내용의 부실로 참석자들의 불만과 지적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보고서를 작성한 발표자가 홍천에 대한 기본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도식화된 청사진만 읽어나가자, 참석자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일부 참석자들끼리 언성이 오가기도 했다. 참석자 A씨는 ‘홍천에 대한 기본역사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저런 결과물을 내놓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경영학과 학부학생도 저 정도의 리포트는 충분히 쓰겠다’고 말했다.

 

또한 B씨는 ‘이번 역사문화예술타운의 조성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미술과 관련된 사업이 90%를 차지하고 있다’며 미술을 제외한 역사 및 다른 예술분야가 홀대받는 양상이라며 홍천군의 문화발전의 균형을 위해선 미술중심의 사업전개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계했다.

 

B씨는 그동안 홍천의 예술인을 비롯해 일반인들도 몰랐던 ‘홍천미술관 일원의 역사문화예술타운 조성사업’이 그동안 홍천군의 밀실행정으로 밀어붙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이로 인해 군이 이번 간담회를 공개로 전환해 회의를 가진 것인데, 역시 내용을 들여다보니 예상대로라며 다른 예술협회와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업계획의 전면 수정요구

 

특히 사학자인 강대덕 박사는 근대문화자산인 구, 홍천군청이 증축 수선 등의 개발로 훼손된다는 것에 크게 염려하며 배포된 유인물 내용이 사실이냐고 지적하자, 용역관계자는 당황하며 유인물 내용과 달리 문화재인 (구)군청건물은 손대지 않고 부속시설만 증축 및 수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또한 군 관계자에게 홍천미술관이 등록됐냐고 묻자, 아직 등록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강박사는 “홍천군은 세계최초로 중석기 시대 유물이 나온 지역이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홍천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업체가 홍천의 ‘역사문화예술타운’을 만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역사의 범주에 있는 미술, 음악, 무용, 문학 등이 전체적으로 균등하지 못한 사업계획과 진행 또한 절차상에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며 사업의 전면 수정을 요구했다.

 

 

▲   1960년 옛 홍천군청 전경(당시 군수송별 기념사진)  © 홍천뉴스투데이

 


(구)홍천군청 건물이 박물관이 되어야 하는 이유

 

이날 감담회서 향토문화연구회 동언우 위원은 “홍천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역사박물관이 필요하다. 현재 미술관으로 사용하는 옛 군청 건물과 의회사무실 주변은 관동지 및 옛 홍천읍지에서 관아 터로 유추할 수 있고 과거로부터(고려~조선)현재까지 행정의 중심지로 홍천역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술관 주변에 자리하고 있는 사사자삼층석탑(보물 540호)과 삼층석탑(보물 75호) 등 보물 2점과 주위 석물지에 있는 탑의 부재 등 이것만으로도 훌륭한 야외 박물관으로 손색이 없고, 주위에는 등록문화재인 홍천성당과 홍천향교가 있다. 그리고 인근에 홍천중학교와 고등학교, 농고, 초교가 위치해 있어 학생들의 접근성이 용이해 역사박물관을 통해 지역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이곳이라며 박물관 위치선정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홍천미술협회의 독주 경계

 

이어 김기중 예총회장은 홍천예총이 홍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미술관에서 더부살이 하는 서러움을 호소하고 “미술협회는 예총산하단체기관 중 하나임에도 이번 사업에 대하여 예총에 보고도 없이 다른 단체를 배제하고 미술만 강조하고 있다"며 홍천군은 이번 사업을 ‘역사문화예술타운’ 조성이라고 말하지 말고, 차라리 '미술조성사업'이라고 말하라며 예술단체 상위기관장으로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광재 문화재단 이사, “지금 왜 박물관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빠져나가

 

한편, 홍천문화재단 이사이며 홍천미술협회 회원인 이광재 이사는 “미술협회가 2014년도에 상수도사업소였던 자리를 미술관으로 자리 잡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홍천지역에 이만큼 미술을 활성화시켰다”며 “당시에는 거들떠보지 않던 분들이 그때는 뭐하셨는지 모르겠다. 연봉에 있는 향토사료관이 있음에도 전혀 활성화시키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미술관을 내놓으라고 하냐?”며 반박했다. 그리고 “지금 왜 박물관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자리를 빠져 나갔다.

 

 

전장수 홍천미래연구회 회장, 미술관은 무궁화공원이 최적이다

 

전장수 홍천미래연구회 회장은 “현재 미술관 주변은 대부분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인 반면에 젊은 사람은 연봉 아파트의 밀집지역에 더 많이 거주하고 있다. 미술관은 사람 많고 전시공간이 넓은 무궁화공원이 최적이다”며 “당시 이곳에 박물관을 하지 못한 것은 홍천군과 홍천문화원의 무능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술관이 꿰차고 있을 자리는 아니라며 빼앗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이다. 지금 홍천미술관은 등록도 안 된 장소가 아니냐?”며 재반박했다.

 

석도익 향토문화연구소 위원도 “이 사업은 역사와 문화를 이용해 미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의 뿌리인 역사가 주가 되고 미술뿐만 아닌 다른 예술도 함께 커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건숙 전, 미술교사는 “미술과 관련된 내용이 90%이상인 것 같다. 나도 미술 하는 사람이지만, 기본적으로 역사를 안고가야 한다. 더 중요한 건 미술만이 아닌 모든 예술이 함께 발전해 나가야한다”면서 “역사박물관이 없는 홍천이 부끄럽지 않냐?”고 되물었다.

 

정혜례나 미술협회 회원은 “우선 사업의 기본계획 등 사업진행에 대한 절차 과정이 많이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며 “박물관을 하기 위해 갑자기 미술관을 달라고 하는 것 같아 황당했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홍천군에 박물관의 위치와 이전에 대한 당위성이 이해된다”고 말했다.

 

 

이광재 문화재단 이사, 페이스북 통해 불편한 심경 토로, . . . 불쾌해

 

이번 조성사업에 군과 깊숙이 관계해온 것으로 알려진 이광재 이사는 간담회 중 자신의 발언을 그치고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  “오랜 시간 미술관에 열정을 들인 모든 미술인들을 무시한 처사의 발언을 하신 분들이 있었고, 이렇게 키워온 미술관을 박물관으로 바꿔 달라는 발언도 서슴치 않아 속상했다.”며 지금껏 향토사료 조차 활성화 하지 못한 분들이 지금껏 무엇을 하셨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글을 남겨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K씨는  "이광재 이사가 토론을 통해 충분히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참석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모습이 아니라, 회의중의 이탈과 페이스북의 발언은 문화재단 이사로서 적절치 못한  무례한 행동이었다." 고 말했다.

 

 

홍천군, 생산적인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사업수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돼야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원로는 이날 조성사업과 밀접한 관계기관인 홍천문화원 박주선 원장과 홍천문화재단 이사장인 홍천군수, 그리고 대표이사가 자리에 참석하지 않고 유일하게 최이경 군의원만이 자리에 참석한 것을 두고, 홍천군과 문화단체장들의 수준이 어떠한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홍천군이 간담회를 주최했지만 아직도 이 사업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대다수 주민들과 역사관계자, 예술인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천군은 이 사업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향후 공청회 등을 통해 조성사업이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사업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김영진 화백이 주장한 제안은 국내외서도 크게 성공한 예가 많으며 문턱이 높은 예술을 일반대중 속으로 들어가는 예술의 순기능을 강조한 예다. 허필홍 군수의 군정 목표와도 일맥상통한 제안이니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홍천뉴스투데이 용석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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