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긴밭뜰 詩人 안원찬] 여자는 가방을 좋아한다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2/01/16 [18:16]

[긴밭뜰 詩人 안원찬] 여자는 가방을 좋아한다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2/01/16 [18:16]

여자는 가방을 좋아한다 

 

여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뱃속에 방을 지니고 있다

뒤뚱뒤뚱 걸음마 시기가 지나면

애집하기 시작하는

 

가방은 여자의 길동무다

없으면 손발이 잘리거나 벌거벗은 기분이다

카메라 앞에서 임신한 배를 가리고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앉을 때 앞가리기로 쓰고

때론 무기가 되어주는 가방

브래지어 안쪽을 탐색할 수는 있어도

손을 넣을 수 없는 비밀의 세계

립스틱 거울 초콜릿 지갑 열쇠 볼펜 명함

속옷 물티슈 생리대

씹다 버린 껌 종이가 들어있는

 

, 한없이 대접을 받다가도

때론 하찮게 취급되기도 한다

지하철 식당 찻집 술집 공중화장실에서

알 품은 암탉 자세로 놓여있다가 발에 채기도 하는

가방, 누가 세탁할 생각이나 할까

이렇게 세상의 때를 묻힌 채

영예롭게 대우받고 있다 

 

안원찬 시인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