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사진 속에 갇힌 '가상 외교'... 워싱턴 초상화 앞의 씁쓸한 인증샷초상화와 찍은 '제2의 인생샷', 그 속에 투영된 한국 정당 리더십의 민낯정치는 때로 실체보다 상징으로 말한다. 하지만 그 상징이 실체를 압도하다 못해 희화화될 때, 정치는 희극이 된다. 8박 10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공개한 한 장의 사진 현재 대한민국 야권 지도부가 처한 정무적 감각의 '결핍'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서글픈 상징물이다.
외교의 본질은 대면(Face-to-Face)을 통한 국익의 관철이다. 특히 '이란전 쇼크'로 국제 유가가 115달러를 돌파하고 국내 증시가 요동치는 엄중한 시기에 단행된 방미라면, 그 결과물은 단순한 '방문 사실'이 아닌 '실질적 면담'과 '협력의 약속'이어야 했다. 그러나 장 대표가 들고 온 것은 미 의사당 앞 '브이(V)자 화보'에 이은 '대통령 초상화 앞 기념촬영'이었다.
지방선거를 불과 50일 앞둔 시점, 공천 갈등으로 국민의힘은 몸살을 앓고 후보들은 현장에서 절박하게 유권자를 만나고 있다. 이러한 '선거 전쟁'의 와중에 사령관이 자리를 비우고 워싱턴에서 "인생 샷"을 갱신하고 있는 모습은 정당 리더십의 도덕적 해이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특히 이번 방미단이 '백악관 NSC 고위 인사 면담'이라며 공개한 사진 속에 정작 상대측 인사의 모습은 없고 방미단 일행만 모여 있는 점은, 이번 방문이 국익을 위한 외교라기보다 국내 정치용 '보여주기 쇼'에 치중했음을 방증한다. 정중규 위원장의 "8박 10일의 불철주야 집념이 거둔 놀라운 성과"라는 비꼼은, 실속 없는 '가상 외교'에 대한 가장 신랄한 조롱이다.
문제는 이 사진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당권파가 이를 '성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재명 정부의 외교적 실책을 야당이 보완하겠다는 명분은 좋았으나, 정작 미국 조야에서 야당 대표를 중량급 인사로 대접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확인시켜 준 셈이다. 국무부 차관보의 뒷모습만 찍힌 사진이나 초상화 앞 기념사진을 자랑스럽게 공개하는 것은 당의 정무적 판단 기능이 마비되었음을 의미한다.
장동혁 대표는 "지방선거를 위한 외교 활동"이라고 항변하지만, 유권자가 보고 싶은 것은 워싱턴의 초상화가 아니라 여의도의 정책 테이블에서 고물가와 고유가 대책을 고민하는 리더의 모습이다. 6.3 지방선거의 결과는 백악관의 카메라 렌즈가 아니라, 후보들의 흙 묻은 구두 굽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용석준 기자 홍천뉴스투데이발행인 <저작권자 ⓒ 홍천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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