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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조 ‘전쟁 추경’… 경기부양인가 재정 리스크의 시작인가?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6/04/01 [18:58]

26.2조 ‘전쟁 추경’… 경기부양인가 재정 리스크의 시작인가?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6/04/01 [18:58]



정부가 총 26조2천억 원 규모의 이른바 ‘전쟁 추경’을 편성하며 경기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당초 25조 원 수준에서 확대된 이번 추가경정예산은 고유가 대응, 민생 안정, 산업 피해 최소화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특히 지역화폐 4조8천억 원과 소득 하위 70% 국민에 대한 현금성 지원이 포함되면서 이번 추경은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전면적 경기 부양 정책으로 성격이 확장됐다.

 

정부는 약 3,580만 명에게 1인당 10만~60만 원을 지급하고, 지방교부세와 교육재정교부금으로 9조5천억 원을 배정해 지방 재정을 보강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에너지 비용 완화 5조1천억 원, 산업 피해 대응 2조6천억 원 등이 포함되며 추경의 외형은 상당히 공격적인 수준으로 확대됐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번 추경은 명확한 목적을 가진 정책이다. 고유가와 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을 막고,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며, 산업 전반의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 위기 국면에서 국가 재정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케인즈적 처방과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문제는 재정의 속도와 구조다.


정부는 이번 추경 재원을 세수 증가분으로 충당하겠다고 설명하지만, 향후 전쟁 장기화로 추가 추경이 불가피할 경우 국채 발행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재정 건전성 문제로 직결된다. 단기 경기 대응과 중장기 재정 안정성 사이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는 지점이다.

 

또 하나의 핵심 쟁점은 현금성 지원의 효과성이다.


지역화폐와 직접 지원금은 즉각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장점이 있지만, 반복될 경우 재정 의존 구조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 특히 선별 기준이 ‘소득 하위 70%’로 설정되면서 정책의 타깃이 다소 광범위해졌다는 점도 논쟁 지점이다. 지원이 넓어질수록 효과는 분산되고, 재정 부담은 커진다.

 

지방 재정 지원 역시 양면성을 가진다.


9조5천억 원 규모의 교부금은 지역 경제에 숨통을 틔울 수 있지만, 동시에 중앙 의존도를 높이는 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 지방이 자생적 경제 기반을 구축하지 못한 상태에서 재정 투입만 확대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성이 약화된다.

 

역사적으로 대규모 추경은 위기 대응의 필수 수단이었지만, 그 효과는 항상 엇갈렸다. 재정을 풀어 경기를 살릴 수는 있지만, 구조 개혁 없이 반복되면 결국 국가 재정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재정 정책에서는 늘 양날의 검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번 ‘전쟁 추경’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지금의 재정 투입이 단순한 소비 진작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산업 구조 개선과 성장 기반 확대로 이어질 것인지가 관건이다. 정책의 성패는 금액이 아니라 방향에서 갈린다. 지원이 소비로 끝나면 일시적 처방에 그치지만, 투자와 구조 개선으로 연결되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결국 이번 추경은 선택의 문제다. 단기 경기 방어에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장기 성장 기반까지 동시에 설계할 것인가.

 

재정은 국가의 마지막 수단이다. 그 마지막 수단을 얼마나 정교하게 쓰느냐에 따라 이번 추경은 ‘위기 대응의 모범’이 될 수도, ‘재정 부담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용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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