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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솥밥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4/09/03 [20:32]

한 솥밥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4/09/03 [20:32]



한집에서 살며 끼니를 함께하는 사람을 식구(食口)라고 하는데 더 확실하게 “우리는 한 솥밥을 먹는 사이”라고도 한다.

커다란 무쇠 솥에 불을 지펴 밥을 지어서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손자손녀 등 대가족 식솔에 식사를 마련해야 했던 며느리가 얼마나 힘 들었을까? 생각해주기 앞서, 이 대가족의 다산을 행복으로 계산하며 살았던 집안 어른께서는 죽어서 조상을 뵐 낮이 있다며 사당에 고했던 것이 그리 멀지않은 지난날의 이야기다.

우리민족은 유난히도 가문을 중시하고 가문을 튼실하게 이어가기 위하여 끔찍하리만치 많은 제도를 만들고 관습으로 이어왔었다.

자녀가 자라면 빨리 혼인을 시켰던 목적은 후손을 빨리 많이 두기 위함이었으니 신랑보다 나이 많은 신부를 택하고, 아기를 잘 낳을 수 있는 조건의 신체를 선호한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또한 혼인을 맺어주기 위해서 당사자들의 궁합을 보아서 합이 좋아야 하는데 궁합이란 음양오행(陰陽五行)으로 다산이 중요했으며, 결혼예식이 끝난 후 치러지는 폐백의식에서 부모는 신랑신부에게 밤과 대추를 신부의 치마폭에 던져주며, 자식을 많이 낳아 가문을 번창시켜주기를 바라며 축하해 주었다.

또한 어쩔 수 없이 이혼을 시킬 때에도 칠거지악(七去之惡)이라 하여 이혼할 수 있는 일곱 가지 이유중에 하나라도 있어야 하는데, 시부모에게 순종하지 않고, 자식을 낳지 못하고, 음탕하고, 질투가 심하고, 나쁜 병이 있고, 남을 비방 중상하고, 도둑질을 하였다면, 며느리나 아내를 내칠 수 있다 하였다.

그러나 칠거지악에 해당하는 잘못을 지었더라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경우에는 내쫓지 못하도록 하였으니, 내보내도 돌아가 의지할 곳이 없는 경우와. 가족과 함께 부모의 삼년상을 치른 경우와, 전에 가난하였으나 혼인한 후 부자가 되어 살고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한 솥밥을 먹는다는 것은 나눔이고 질서이고 예의다. 우선 밥그릇 우선순서가 제일 어른에서 부터 차례로 내려간다. 그릇이 귀하던 시대의 찬은 모둠이라 어른 상에 먼저 그리고 어른가까이 놓음으로서 어른먼저 드셔야 집안에 서열차례로 먹기에 질서와 예의가 밥 먹는 데서부터 시작되고 배워왔다.

식사시간에 집안 식구들은 모두 한곳에 모여 식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고, 나간사람의 몫은 따로 담아서 부엌 안전한자리에 모셔두어 언젠가 돌아올 때를 대비하였다.

식사 때는 한자리에서 가급적 조용하게 먹는데, 이때 집안에 어른의 말씀이 있는데 이것이 밥상머리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인성과 사회질서의 가정교육이 사회교육에 기초가 되었으며, 어른에는 많이 드시고 건강하시라 권해드리고, 자식들에게는 많이 먹고 잘 자라라고 챙겨주니 덕담이 효와 사랑으로 식사보다 풍성하다.

한 가정에서 한 가족이 한 솥밥을 먹고 살면 모두가 닮아진다. 외국에 나가살면 그곳 사람을 닮아지는데 아마도 음식이 같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우리사회에서는 집단생활을 해야 하는 곳이나 때가 많다. 병역의무를 위하여 병영생활을 할 때, 모두 한 솥밥을 먹고 전우애가 생긴다. 운동을 위해 합숙훈련을 하며 한 솥밥을 먹는다. 훈련에 강한경기력이 생긴다. 요즘 학교에서도 한 솥밥을 먹는다. 빠르게 서로 친해질 수 있어 좋다.

한집에서 한 솥밥을 먹고 한 이불속에서 잠자던 가난한 시대의 가정은 “피는 물보다 진하다.” 그러나 가정이 나누어지고 분할되어 핵 가정이 되고 부부도 한 이불 덮지 않고 가정에서 가족이 한 솥밥도 같이 먹지 못하는 수가 많아지니 “돈은 피보다 친하다.”로 변이될 수도 있다.   우리는 만남에 술 한 잔도 좋고, 차 한 잔도 좋지만, “우리 밥한 번 먹자” 하는 것이 더욱 가까운 사이고, 밥 한번 먹고 나면 식구나 된듯하여 엄청 가까워진 것을 느낀다.

 

석도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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