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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샘의 edu사랑 이야기 455. 황순원의 소나기 뒷이야기들

김동성 기자 | 기사입력 2024/06/06 [04:24]

김샘의 edu사랑 이야기 455. 황순원의 소나기 뒷이야기들

김동성 기자 | 입력 : 2024/06/06 [04:24]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이 ‘국민 단편’의 뒷 이야기를 작가의 제자들이 이어 썼다. 경희대에서 황순원의 가르침을 받은 작가 다섯사람이 <대산문화> 기획특집에 기고한 단편들이다.

 

며칠을 까닭 없이 앓다…

구병모의 ‘헤살’에서 소년은 “며칠을 까닭 없이 앓다 일어”나 학교에 가고자 집을 나선다. 그러나 소녀와 추억이 어린 개울 징검다리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만다. “징검다리는 늘 있던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전과 달라진 거라곤 한복판에 지키고 앉아 가는 길을 막고 개울물을 움켰다 뿌렸다 하는 사람이 거기 없다는 하나뿐이었다.” 며칠을 징검다리 앞에서 뒤돌아서던 소년은 소녀를 업을 때 입었던 저고리를 가져와 개울에 떠내려 보내는 의식을 치르고서야 비로소 징검다리를 건널 수 있게 된다.

 

2년이 지나고…

소녀가 세상을 뜬 지 2년 뒤를 시점으로 삼은 전상국의 ‘가을하다’에서 중학생이 된 소년은 여전히 마음에서 소녀를 떠나 보내지 못하면서도 “짙은 감색 스커트에 흰색 블라우스를 받쳐서 입은” 담임 선생님 때문에 혼란스러워한다. 소녀와 추억을 되새기다가도 그 소녀의 얼굴에 담임 선생님의 얼굴이 겹쳐 떠오르는 것. 소년은 그동안 모은 조약돌을 모두 물수제비를 떠서 버리지만, 하나만은 남겨 둔다. 소녀가 그에게 던졌던 그 조약돌이다.

 

3년이 지나고…

서하진의 ‘다시 소나기’는 3년 뒤 이야기다. 양평읍내 상급학교로 진학한 소년은 소녀가 그리울 때면 분홍 스웨터를 입은 채 잠들어 있는 소녀의 무덤을 찾아간다. “몇 알의 호두, 몇 알의 대추, 혹은 작은 조약돌을 품고서.”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앞에 죽은 소녀를 빼닮은 여학생이 나타난다. “하얀 얼굴, 장난스레 웃는 입매, 당돌한 그 표정”이 “영락없는 윤 초시네 손녀였다.” 같은 반으로 전학 온 그 여학생은 알고 보니 죽은 소녀의 사촌 희영. “동갑내기라 쌍둥이처럼 자랐”다는 희영은 하교길에 소년에게 묻는다. “갑자기 잃는 것과 갑자기 얻는 것… 어느 쪽이 더 힘이 들까.” 그런 그들 위로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다.

 

10년이 지난 뒤…

이혜경의 ‘지워지지 않는 그 황톳물’은 10년 뒤로 시간을 훌쩍 건너뛴다. 중학교를 마치고 도시의 공장 노동자가 된 소년은 동료들이 돌려 보던 잡지에서 “흰 블라우스에 감색 점퍼스커트 차림의 여학생” 사진을 본다. “단발머리에 하얀 얼굴, 볼우물이며 분꽃 씨앗처럼 까맣게 영근 눈동자가 영락없는 그 서울 애였다.” 소년은 동료들 몰래 잡지에서 사진을 찢어내 작업복 호주머니에 넣은 채 틈날 때마다 꺼내 보지만, 어느 날 호주머니에 담긴 채 빨리는 바람에 사진은 부스러기가 되어 흩어진다.

 

소녀의 눈에 소년은…

박덕규의 ‘사람의 별’에서 소녀는 “먼 별에서 살다 지구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소녀의 시점으로 다시 쓴 이 작품의 마지막 대목에서 소녀는 자신을 데려가려는 ‘큰 새’의 등에 실리기 전 소년과 추억이 어린 스웨터만은 챙긴다.

 

현충일 새벽 조용한 집에서 희미하게 어릴 적 기억을 되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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