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정부와 에너지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철통 보안을 위해 석유·가스가 대량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은 가스전 후보지에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올해 말부터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친 대왕고래 가스전 후보 해역에서 긴 탐사공을 바닷속 해저 깊숙이 뚫어 실제 석유와 가스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추 탐사에 나선다.
이미 석유공사는 지난달 초 세계적인 해양 시추업체로 꼽히는 노르웨이 '시드릴'과 '웨스트 카펠라'라는 명칭의 시추선 사용 계약을 맺었다. 웨스트 카펠라는 삼성중공업이 지난 2008년 건조한 선박이다.
웨스트 카펠라는 한국에서 약 40일간 머물며 시추 계약을 이행할 예정이다. 계약 규모는 3천200만달러이며, 오는 12월부터 발효된다.
시드릴은 이 같은 내용을 자사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하루당 용선료(배 사용 비용)는 우리 돈으로 6억5천만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해저에 석유와 가스가 있을 가능성을 일차적으로 알아보는 물리 탐사 과정을 통해 경북 포항 영일만에서 38∼100㎞ 떨어진 넓은 범위의 해역에 가스와 석유가 대량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한 상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 시작이라고 당부드리고 싶다. 이룬 것도 아니고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예상 매장 자원은 가스가 75%, 석유가 25%다. 이에 따라 실제 대량의 자원이 발견된다면 석유보다는 가스의 비중이 훨씬 높은 가스전의 형태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한국이 얕은 동해 대륙붕에서 개발했던 소규모 동해 가스전과 달리 이번에는 수면으로부터 1㎞ 이상 깊이 심해에 있는 유전을 개발해야 해 한번 탐사 시추공을 꽂을 때 1천억원의 큰 비용이 들어간다.
정부는 해외 전문기관으로부터 이번 탐사 시추 성공 가능성이 20% 정도 된다는 결과를 받았다.
5차례 탐사 시추공을 꽂으면 석유를 한 번 발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정도면 성공 확률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그렇지만 개발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는 최대한 기존의 물리 탐사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후보지를 선정한 뒤 탐사를 효율적, 경제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미국의 액트지오(Act-Geo)사로부터 받은 물리 탐사 분석 결과에다 추가로 국내외 업체와 민간 전문가 위원회를 통한 검증을 거쳐 최우선 개발 후보 해역인 '대왕고래'를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첫 번째 '국정 브리핑'을 통해 대규모 가스·석유 매장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시추 계획을 공식 발표했지만, '대왕고래'라는 프로젝트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심해 가스전 개발 계획을 수행하는 석유공사는 이르면 올해 11월, 늦어도 12월께 '대왕고래'의 유망 구조(석유·가스 부존 가능성이 높은 지질 구조)에서 시추 작업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탐사선과 투입 인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탐사 시추가 이뤄지면 석유·가스의 실제 부존 여부와 부존량이 일차적으로 파악될 수 있기 때문에 '대왕고래' 프로젝트 성공 여부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
심해 유전·가스전의 경우 개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충분한 자원 매장량 확보가 개발 경제성을 판가름하는 중요 지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매장량에 따라 (개발) 비용은 달라지는데 내부적으로는 개발 비용도 어느 정도 범위로 예상하고,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고 본다"며 "인접한 한국, 일본, 중국 3국이 터미널, 액화 설비 등 충분한 액화천연가스(LNG) 인프라를 가진 상황에서 추가 비용이 적은 것도 유리한 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