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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질의 이용과 유감

이은희 기자 | 기사입력 2023/05/01 [22:32]

고자질의 이용과 유감

이은희 기자 | 입력 : 2023/05/01 [22:32]

[소설가  석 도 익]

 

고자질이란 싸움질 이간질 도둑질 등과 같이 못되고 창피한일이라 칭찬받지 못하는 행위를 이르는 말로, 고할 고( 告) 놈 자(者)를 써서 고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우리가 제사를 지낼 때 집사자의 옆에서 말을 전달해 주는 사람을 청하는데 이 사람을 ‘고자’라 불러 고자질이란 말이 됐다는 설도 있으나, 고자(告者)는 하늘에 고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신성한 호칭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밀고자(密告者)의 의미로 쓰이면서 세속화되었다. 몰래 알리는 자라는 의미로, 이것이 가장 고자의 유래에 가까워보인다.

또한 고자(告刺)는 예로부터 쓰이던 말로, '찔러 바침'이란 의미로 고자질의 원뜻에 가장 가깝다. 요즘도 "위에 찔러버리겠다, 신문에 찔러버리겠다"는 협박을 일삼는 이가 많으니 찔러 전한다는 '찌를 자(刺)'의 의미가 생생하게 살아있다.

또 하나는 고자하면 생각나는 내시(內侍)로, 임금 옆에 붙어서 궁중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임금에게 고했는데 여기서 유래된 환관들의 이야기를 비꼬아 고자질이 됐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더 이상 남자가 아닌 상태에서 환관들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크다 보니 그들은 그 열등과 짜증을 수다로 푸는 경향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해선 안 될 말을 누설하는 경우가 빈번했는데 고자들끼리 모여서 말을 많이 했다고 하여 고자질이란 말이 나왔다고도 한다.


고자질의 행위에는 권력관계가 숨어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몰래 알려주는 것이다. 우리 말 '일러바치다'에도 상하관계가 엿보인다. 즉 고자질은 권력을 충동시켜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한 행위라는 점이 낱말 속에 숨어있는 셈이다.


일러바치는 행위를 뜻하는 고자질은 별로 좋은 뜻이 아니듯이 아이들이 자신의 보호와 뒤를 봐달라고 일러바치는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서  “일러바치는 짓이 더 나쁜 사람”이라고 호되게 혼내주는 것이 어른의 훈육방법이었다. 그러므로 어린애들끼리 싸우다 다쳐서 울고불고 하다가도 부모님에게 일러바치기 보다는  놀다가 넘어졌다고 거짓말을 해서 애들 싸움이 어른싸움이 되고 선생님들까지 곤욕을 치르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선생님에게 체벌을 받고도 집에 가서는 괜찮은 척 했음으로 교권이 신성하게 지켜져 왔다.

누워서도 다스릴 수 있다는 평화로운 마을을 와치현(臥治縣)이라 자랑하고, 관가출입을 싫어했던 순민들은 웬만한 다툼에도 송사(訟事)를 하지 않고 서로 화해하며 사람 사는 마을을 이루고 이웃사촌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민주화와 인권이 당당한 지금에는 사람이 사는 세상에 사람이 우선이 아니라 법이 우선하려고 고자질을 부추기고 활성 시키고 있다.   학생이 선생님을 고발하고 자식이 부모를 고소하고, 파파라치가 고발로 돈 벌고, 자칭 ‘정의에 사도’도 있어 이웃집 집안에 농기구헛간이나 벽에 붙인 보일러실도 불법이라 신고하고, 이것저것 맘에 안 든다고 민원을 넣어 몽매한 순민들이 당하니, 사람 사는 마을에는 의심은 많아지고 믿음이 없어져가 불안과 불신으로 살벌해지며, 지켜야 할 법을 원망하고 사람이 싫어지니, 이웃사촌은 없어져가고 이웃도 멀어져가 외딴집에 외롭게 살아가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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