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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복 작가 에세이 23] 바람에 대하여

자연 바람, 사회적 바람, 인간적 바람, 진정한 바람,..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3/03/19 [21:53]

[홍진복 작가 에세이 23] 바람에 대하여

자연 바람, 사회적 바람, 인간적 바람, 진정한 바람,..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3/03/19 [21:53]



자연바람

 

꽃피는 春三月이지만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옷깃으로 스며드는 바람이 쌀쌀하다. 바람이라 하면 일상적으로 자연의 바람을 말하지만 과학적으로는 공기의 이동을 뜻하는데 사람들은 나뭇잎이 흔들리는 현상 등으로 바람이 분다는 것을 인지한다.

 

바람은 동서남북 부는 방향에 따라서 바람의 이름이 다르다. 동쪽에서 부는 바람을 샛바람, 서쪽에서 부는 바람을 하늬바람, 남쪽에서 부는 바람을 마파람, 북쪽에서 부는 바람을 된바람이라 한다. 특히 북동쪽에서 부는 바람을 높새바람이라고 한다. 높새바람은 Fohn 현상에서 일어나는 바람으로 고온건조하여 농작물의 피해를 준다. 춘하추동이 있어 계절에 따라 부는 바람이 인간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과 기능에 따라 바람의 이름도 여러 가지로 부른다.

 

독일 민요에 윤석중 선생이 노랫말을 붙인 '봄바람' 에서 보듯이 솔솔 부는 봄바람은 따듯한 봄기운을 몰고 와 겨우내 쌓인 눈을 녹여주고 어린 새싹이 파릇파릇 나오도록 도와준다. 갓 피어나는 꽃봉오리가 다칠까봐 세심한 배려에서 살랑살랑 그것도 실바람으로 불어온다. 이 바람이 꽃을 피우는 꽃바람이다.

 

여름에 부는 바람은 역시 윤석중 선생의 산바람강바람 노랫말처럼 산에서 일하는 나무꾼의 이마에 흐른 땀을 씻어주고 강에서 노 젓는 사공의 나른함을 달래주는 시원한 바람이다. 소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라하여 솔바람이라고 하는데 여름철 솔바람은 습기가 없어 후덕지근하지도 않아 솔솔 부는 바람에 스르르 잠이 든다.

 

가을바람은 줄여서 갈바람이라고도 하지만 뱃사람들은 서풍이라고도 한다. 가을은 곡식이 무르익어 수확을 해야 하는 철인만큼 산과 들의 오곡이 무르익도록 산과 들에서 불어온다 해서 산들바람이라고 한다. 가을은 외롭고 쓸쓸한 계절로 사람들이 소슬한 느낌을 주는 으스스한 바람이라하여 소슬바람이라고 한다. 한자로는 맑은 소(蕭) 큰 거문고 슬(瑟)로 표기한다.

 

서윤덕은 처서를 노래하면서 솔바람 뒤로 여름이 숨는다. 방긋 웃는 뭉게구름을 올려다보며 웃으니 풀숲의 귀뚜라미도 노래한다고 했다. 처서는 마지막 더위를 식혀야 하는 절기로 솔바람에 더위를 모르고 지나간다는 의미다.

 

겨울철에 부는 바람은 거칠게 휘몰아치는 눈보라일 게다. 매섭게 춥다 해서 고추바람, 살을 에일 것 같이 매섭다 해서 칼바람이라고 한다. 특히 북쪽에서 부는 추운 바람을 삭풍이라 한다. 그 외에도 어디서 어떤 현상으로 부느냐에 따라 이름도 각양각색이다.

 

산에서 골짜기로 부는 바람은 산바람, 반대로 골짜기에서 산꼭대기로 부는 바람을 골짜기바람이라 한다. 물결 위를 남실댄다고 남실바람, 땅에서 부는 뭍바람, 바다에서 부는 바닷바람 갯바람, 입으로 분다고 입 바람 좁은 틈새로 부는 틈 바람 그 바람이 센바람이라 해서 황소바람, 흙을 몰고 온다하여 흙바람, 먼지를 몰고 오는 먼지바람, 모래를 몰고 온다하여 모래바람, 비를 몰고 온다하여 비바람, 눈을 몰고 온다고 눈바람, 명주처럼 부드럽다고 명지바람, 여름철 습기가 없는 건조한 마른바람, 잔잔하게 부는 잔바람, 갑자기 불어온다 하여 미친바람, 매서운 바람을 손돌이바람, 새벽에 분다고 새벽바람, 새벽바람은 춥다는 뜻이 들어 있다. 몽고지방에서 불어온다고 몽고바람, 회오리친다고 회오리바람이라고 한다.

 

여름철이면 해마다 몇 차례씩 불어와 막대한 피해를 주는 太風도 있고 파도가 전혀 없는 順風도 있다. 자연의 바람은 변화무쌍하지만 자연의 바람은 고마운 바람이다.

 

 



사회적 바람

 

사회적 바람은 개인차원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때 사회적으로 어떤 목적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어떤 흐름에 따라 동참함으로서 목적을 달성하려는 '운동' 으로 영어 Movement 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마을운동 같은 거다. 1970년대 범국민적으로 지역개발을 위해 근면. 자조. 협동정신으로 새마을을 가꿔서 잘 살아보자는 계몽운동이었다. 한때는 쥐로 인한 곡식과 농작물 피해를 줄이고자 쥐잡기운동을 벌인 적도 있었다. 또 쌀 소비를 줄이려고 쌀과 보리를 섞어 밥을 해 먹자는 혼식장려운동도 있었다.

 

한때는 소비와 사치를 막기 위해 가정의례 간소화 운동을 벌리고 가정의례준칙이라는 법도 제정했다. 새마을운동과 비슷한 운동으로 바르게살기운동도 있다. 진실 질서 화합을 이념으로 국민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조직으로 만들어졌다. 한때는 기본질서로 횡단보도 건너기를 철저히 준수하는 계몽도 있었고 태극기를 다는 가정이 줄어들어 애국심을 앙양하기위해 나라사랑운동으로 태극기달기운동도 있었다.

 

지난정부 시절 한때는 일본물건 불매운동도 있었고 국민건강증진과 체력향상을 위한 온 국민 걷기운동도 있었다. 재활용물건을 서로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자는 '아나바운동'도 있었다. 인사예절을 교육하기 위한 '고미안운동'도 있었다. 연말연시 때는 불우이웃돕기 운동으로 추운겨울을 따듯하게 보내려는 사랑의 운동도 벌어진다. 특히 어려운 사람들에게 김장을 담궈서 나눠먹는 김장 나눠먹기운동도 있었고 연탄도와주기운동, 폐결핵환자돕기, 크리스마스카드 보내기운동도 있었다.

 

사회적 바람은 정치 사회지도자들의 사회를 개혁하려는 범국민운동으로 의미 있는 바람이다.

 

 



인간적 바람

 

인간들의 바람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있다면 남자들이 바람피운다할 때 바람일 게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 홧김에 여자도 바람을 피우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맞바람 피운다고 한다.

 

남자들에게 바람피우는 것을 조사했더니 70%가 바람을 피운다고 한다. 바람을 피우지 않았다고 한 30%는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모든 남자들이 거의 바람을 피운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 왜 남의 이성에 관심을 갖는 것을 바람피운다고 할까? 바람은 불다가 그친다 해서 바람났다고 한다. 남자들 바람은 그래도 자식을 버릴 수가 없어서 가정을 지키려고 불다가도 그친다 해서 바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설은 아니지만 여자들은 바람이 나면 아예 집을 뛰쳐나간다고 여자바람을 더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다. 너무 이 바람에 대해 길게 넋두리를 한 것 같다.


한때는 춤바람으로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서양문화가 들어오면서 사교춤이 유행하였는데 댄스교습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당시는 댄스를 공개적으로 하기에는 부담 때문에 무허가 교습소가 동네로 파고들고 아낙네들이 춤바람으로 가정위기가 심각했다. 가정주부가 시장을 간다면서 시장바구니를 들고 잠깐 교습소에 들러 춤을 추다가 신랑한테 들키기도 해 가정이 파탄이 일어나고 유교사상이 강했던 시절 남녀가 붙어서 춤을 추는 게 미풍양속을 헤친다 하여 경찰에서 단속을 하기도 했다.

 

 

▲   故 황수관 박사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한때는 웃음치료박사로 이름을 떨친 고(故)황수관 박사의 신바람 강연이 생각난다. 우리 민족은 神明이 많은 민족이다.

 

神은 바람을 일으키고 노래를 좋아하고 춤을 좋아한다. 인간들이 신을 기쁘게 하려면 음식을 차려놓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우리 조상들은 이런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신바람이 난다는 것은 인간 스스로 좋다는 의미다. 우울한 사람을 웃게 하여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황수관 박사는 지병으로 일찍 돌아가셨지만 훌륭한 분이셨다. 사람이 살다보면 어렵고 힘들 때 신바람이 나는 일이 생기면 그만큼 좋은 일이 어디 있겠나! 집안에 경사만 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인간사가 어디 그러한가? 애사가 있으면 경사가 있고 경사가 있으면 애사가 따라오는 법이다.

 



진정한 바람

 

바란다는 말은 기대한다, 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희망이고 소망이다. 바람은 명사로 ‘바라보다’에서 연유되었다. 즉 바라는 것을 보는 것으로 바라봄의 준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한자로 봐도 바랄 희(希)와 바라볼 망(望)으로 희망은 역시 ‘바라보다’의 명사형이다.

 

영어에서도 Window는 창문이지만 바람 (Wind)과 눈(Eye =보다)의 합성어다. PC에 Windows가 깔려있다. Windows는 여러 개의 창문을 뜻하는데 Win과 Eye (auga)로 창문으로 바라본다는 뜻이다. 가상공간에서 수많은 창문을 열면 수많은 정보가 있어 정보의 바다라고 한다. 어떤 창문을 열고 무엇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정보(결과) 를 얻을 수 있다.

 

아기가 태어나 자라면서 무엇을 보고 자라느냐에 따라 성인이 되어서는 전혀 다른 인물이 된다. 불교에서도 같은 사물이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고 한다. 濁見은 막걸리처럼 흐려서 잘 안 보이는 것이고 正見은 바로 보는 것으로 제일 좋다. 照見은 밝게 보는 것으로 철학적으로 보는 거다. 卓見은 정견은 아니지만 고견이라는 뜻으로 사물을 제대로 보는 걸 말한다. 어른들께 탁견을 부탁한다고 할 때 그 탁견이다.

 

사람은 누구나 꿈이 있고 바라는 것이 있고 희망이 있다. 어떤 꿈을 꾸느냐에 따라서 나무의 크기도 다르고 열매도 다를 것이다. 물론 꿈만 크다고 되는 건 아니다. 물도 주고 거름도 주고 가꿔야하는 노력이 있어야겠다. 사람은 돈 많고 건강하게오래살기를 바랄 것이다, 우주의 법칙에 '바라봄의 법칙'이 있다. 사람은 무엇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보는 대로 유전자는 그대로 하려고 한다.

 

옛날 어머니들은 동네에서 돼지를 잡거나 닭을 잡을 때도 아기가 피를 흘리는 장면을 보지 못하도록 눈을 가려준다. 피를 보면 나중에 커서도 칼을 휘두르거나 피를 흘리는 행동을 하려고 한다는 법칙이다. 우리 어머니들은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세심한 행동이었다. 꿈이 많은 청소년 시기는 어떤 사람을 모델로 삼고 그 모델처럼 되려고 공부도 하고 마음가짐도 닮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옛날에는 위인전을 많이 읽혔다.

 

해바라기는 해를 바라보며 자라기 때문에 해의 방향을 따라 돈다. 옛 말에 공짜를 좋아하면 대머리된다고 하였다. 무엇을 바라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르라는 말이다. 노력 없는 바람은 실효가 없다. 많은 사람들 특히 기독교를 믿는 시람 들은 기도를 많이 한다. 기도는 욕심에서 시작한다. 욕심 있는 기도는 하늘에서 들어주지 않는다. 서울대를 들어가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서울대를 들어가게끔 공부를 열심히 하면 된다. 즉 기도하지 말고 행동으로 살아가라는 뜻이다.

 

저 아랫동네에 팔다리를 못 쓰는 장애청년이 있는데 제가 부인이 되어서 평생 수족으로 그를 도우며 살고 싶으니 그와 결혼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는 때가 되면 들어준다. 공짜도 바라지 말고 욕심을 내지도 말고 나보다 못한 사람이 잘되게 해달라는 기도는 하늘은 언제든지 들어주신다.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하셨다. 바라되 그 소망은 사랑이어야 한다.

 

자연의 바람은 만물을 소생하고 성장시키고 변화시키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사회적 바람은 개인적 차원에서는 변화를 기대하가 어려운 문제를 국가나 사회 범국민적 차원에서 개혁해보려는 노력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인간적인 바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바람이 있을진대 땅에서는 건강과 부자, 행복과 장수를 바라겠지만 인간의 최대 소망은 하늘나라 천국에서 태어나는 것이다. 이런 바람이 인간 세상에 많이 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홍 진 복 

(전)서울신사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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