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홍천향토문화유산보호조례" 개정안 수개월째 방치(1)4년전 최이경 의원이 발의한 '홍천군향토문화유산보호조례' 위원회 개최, 단 한차례 회의뿐
의원이 만든 조례가 유명무실하다면 폐기하던지 다시 생산적인 조례로 고치는 것이 군민이 이들 의원에게 맡긴 몫이다.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그 자리를 털고 나와야 한다.
2월 13일 홍천군의회임시회에 앞서 필자는 ‘홍천군 향토문화유산 보호조례 외 2건’에 대한 개정안에 대하여 처음 조례안을 발의한 최이경 의원에게 이번 임시회 안건에 개정안이 상정되었는지 문의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제출된 개정안은 의원의 약속과 달리 이번에도 다루지 않았고 다른 의원들에게 문의한 결과 위 조례개정안에 대하여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식한건가? 무능한 것인가? 직무유기인가?
‘홍천군향토문화유산보호조례’는 홍천군에 산재한 향토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기 위해 만든 조례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홍천학연구소 연구위원들과 많은 향토사학자들이 홍천의 우수한 문화자원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기 위해 최이경 의원에게 제안해 만들어진 조례이다. 그런데 2019년 4월 조례가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4년이 지나도록 위원회가 단 한 차례 회의만 갖았을 뿐, 이후 전혀 활동하지 않아 이를 정상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홍천학연구소가 조례에 대한 개정안을 제출한 것이다.
적어도 군민을 대표한 의원이라면 제출된 개정안에 대하여 동료의원 및 주무부처 관계자들과 숙의를 거쳐 제대로 된 개정안을 내놓아야 했다. 몇 달 동안 최 의원의 서랍 속에 잠겨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지방의원의 자질과 무용론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최 의원은 자신이 발의한 조례를 두고 자신이 단독 발의한 것이라고 지난 지방선거 당시 공보지에 치적으로 게재하기도 했다. 당시 비례대표였던 최 의원에겐 조례제정의 목적수행보다 다음 선거서의 이해득실만 생각한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최 의원은 의회에서 홍천군 산하의 각종 위원회에 대하여 지적한 바 있다. 정작 자신이 관계한 위원회가 유명무실한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한채.....
최 의원은 자신이 발의한 조례에 대하여 다시 개정한다는 것이 꽤나 불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의원으로서 홍천군의 선진문화를 생각하고 바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 자신이 만든 조례가 유명무실하게 방치되기보다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개정돼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올바른 정치인의 자세이고 군민들에게 박수 받는 일인 것을 몰랐을까?
최근 여당인 국민의 힘과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대선이후 깊은 수렁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혁이나 변화, 공익은 온데간데없고 양당이 생계형 수구적폐 정치인들로 포진해 개혁을 두려워하고 다음 공천에만 매달려 있다. 특히 개혁을 자처하는 민주당이 수구적폐보다 앞서 구걸정치를 선호하는 것은 어쩌면 근본 없는 정치인들의 입성때문이다.
여야 할 것 없이 현재 지방 기초의회의원들이 기본적인 정치철학이나 가치 비전을 찾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은 정치를 위한 정치가 아니라 비루한 생계형 정치꾼으로 먼저 눈길을 돌려 정치가 밥줄이고 돈줄이고 기회의 통로로 생각하고 있다.
스웨덴의 정치는 우리나라와 달리 생계형 정치꾼은 거의 없고 가치와 비전을 갖은 헌신적인 봉사형 정치가가 대부분이다. 정치가 생계수단이 되고 자리 명예에 안주하게 되면 결국 비루해질 수밖에 없다. 의원들이 짖지 않는 똥개 마냥 각종 동네 행사에나 빠짐없이 쫒아 다니는 열정을 보이면서도 정작 의회 안에서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모른다면 이제는 유권자가 바로 잡아야 한다.
자신이 무식해서 못하거나 알고서도 할 수 없는 무능한 입장이라고 해서 관대하게 넘어갈 수 있을까? 정치인이 무식하고 무능한 것은 군민에겐 죄악이다. 올바른 리더십을 갖지 못한 자들에게 칼을 쥐어준 격이기 때문이다.
홍천군의 귀중한 문화자원이 훼손되고 있다는 방송취재 하나로 의원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반성을 먼저 해야 한다. 그런데 관련 조례를 만든 사람이 조례에 대한 내용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그것조차 누군가 만들어 준 조례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비례대표에서 다시 재선까지 된 최의원에 대한 실망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소멸도시로 분류된 홍천군의 미래와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선 위정자들의 책임과 헌신과 소명의식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특히 지방의회 의원들은 국회의원 보다 군민들의 현장에 더 가까이 있기에 생할정치를 강조한다면 그 이상의 헌신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나는 정치인으로서 국민과 국가를 위해 희생할 각오는 되어 있는가?” 타게 에를란데르(Tage Erlander)가 스웨덴 총리가 되면서 처음 쓴 일기내용이다. 말로만 생활의 정치달인이라는 빌려온 미사어구로 군민을 현혹시키는 것이 아니라 군민의 대변자요 봉사자인 의원들이 스스로 "희생할 각오는 되어 있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용석준 홍천뉴스투데이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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