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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들어라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2/12/01 [13:04]

책임 들어라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2/12/01 [13:04]



사람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며 살아가는 사회는 사건사고와 부정과 불법이 생겨 정치권에서나 사회 각처에서 또는 이웃 간에도 이성을 잃고 엉켜 싸우는 일로 새 소식을 도배하고 있어도 명쾌하게 시시비비가 법으로 가려지거나 책임지는 사람 없이 세월을 약으로 바르고 있기도 한다.

 
“이 일은 내가 책임지겠습니다.”

 
이 얼마나 당당하고 믿음직한 말인가? 직장에서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면 그 기안을 결재하는 상사의 마음은 든든했을 것이다. 또한 아래 직원이 잘못하여 발생된 일을 위에 상사가 가로 맡아 “이것은 직원이 했지만 내가 책임자이니 당연히 법적책임을 지겠습니다.” 라고 했다면 그 직장은 계속하여 발전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네가 살다보면 책임질 일과 책임을 져야할 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한쪽에선 책임을 지라고 고함치고. 한쪽에선 책임질 일이 없다고 핏대 올리는 일들이 흔히 일어난다. 

 
“내가 책임을 지면 될 것 아니 야!” 

 
이렇게 큰소리치는 사람은 그의 뒤에 든든한 동아줄이 있는 사람이던가 아니면 자포자기 해버린 사람의 마지막 출구로 쓰는 독백일 것이다. 

 
내일의 일을 모르기에 사람들이 행하는 모든 일들이 확신 할 수 없는 불확실한 시대라서 그런지는 모를 일이지만, 누구나 자신이 한일도 당당하게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든지 잘하면 될 일이고, 거짓 없이 법대로 바르고 정확하게 자신의 일 또는 맡은 일 들을 완수하면 될 일인데 부적절한 일을 저질러놓고 발뺌을 하니 그 잘못에 대하여 상응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책임을 지라고 했고, 책임지겠다. 고 했을까? 들고 있을 수도 있고 안고 있을 수도, 또는 머리에 이고 있어도 될 것인데 말이다. 

 
우리 민족은 남에게는 인심이 후하다. 아무리 잘못을 했더라도 그렇게 냉정하고 야박하게 하지는 못한다. “이에는 이 돌에는 돌로 친다.” 고 말로는 하면서도 막상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또한 “죄는 미워도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 고도 한다.”

 
사람이 혼자서 무거운 물건을 가장 많이 그리고 편하게 운반할 수 있는 방법은 등에 지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무거운 책임도 등에 지고 있는 것이 편하고 덜 힘들게 해주는 것이기에 책임을 지라고 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 잘못한 책임을 완수하라는 것이 너무 강하다 싶어 조금 쉽게 해주기 위하여 책임을 지라고 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실상 책임을 등 뒤에 지고 보니 견디기 쉽다. 또한 책임이 등 뒤에 있어 잘 보이지도 아니하니 관심도 멀어진다. 그래서 그런지 분명히 책임을 진다고 하고서도 어영비영 세월만 보내다 그냥 말아 버린다. 이러하니 책임을 완수하지 못하면 서도 “책임진다.” “책임 져라” 하는 말을 우리들은 너나없이 쉽게 한다.

  

어릴 때 선생님이 짓궂은 악동들에게 내리는 처벌 중 가장 많이 하는 것이 무릎을 꿇고 눈감고 손들고 있으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가장 약한 벌이 그냥 손들고 서있으라는 벌이었다. 

 
손들고 서있는 벌은 아프게 때리거나 힘든 체벌이 아니라서 처음에는 아주 가볍게 생각하고 웃으며 시작하지만 시간이 조금 길어지면, 맨손을 위로 올린 것이지만 그렇게 팔이 무겁고 힘들 수가 없었다. 

 
만약에 책임을 지지 말고 책임을 들고 있으라고 한다면 무서운 벌이며 무거운 책임일수록 들고 있기가 얼마나 힘들며 또한 자기가 들고 가까이 보고 있어야 하니 책임을 완수하지 않고는 못 견딜 것이다. 

 
아니면 책임을 머리에 이라고 한다면 이 또한 힘들고 목이 짓눌리게 되어 고생할 것이다. 

 
아무튼 사람은 자신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동물이라 자신이 할 일 자기가 해야 할 일, 자신이 책임 있게 완수해야 할 모든 것을 남에게 전가하고 회피하며 책임을 모면하려는 것 때문에 생겨난 책임지라는 말이 너무 쉽다보니 등에 느긋이 지고 있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슬며시 내려놓고 말아버리는 그런 책임으로 되고 있다. 

 
필자는 강연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책임에 대하여 자주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책임 들어라” 라고 해야 한다고 말한다.

 

석도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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