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홍진복 작가 에세이 5] 산, 山이 좋아서

용석준 기자 | 기사입력 2022/11/15 [15:23]

[홍진복 작가 에세이 5] 산, 山이 좋아서

용석준 기자 | 입력 : 2022/11/15 [15:23]

      산, 山이 좋아서

 

  © 남한산성



나는 산을 좋아한다. 그래서 주말에는 산을 찾는다.

 

山은 주변보다 높은 곳을 말하는데 높기 때문에 사람이 살 수 있다 해서 '산'이라고 한다.

 

마실 물과 먹을 것 몇 가지를 챙겨서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오늘은 남한산성을 가기로 했다.

 

남한산성은 인조임금께서 병자호란 때 임시로 궁을 떠나 피신한 역사적으로 가슴 아픈 곳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뜻 깊은 곳이다.

 

가을이 꽤나 깊었나보다. 낙엽이 거의 다 떨어져 나뭇가지만 앙상하게 남아있다. 하기야 入冬이 며칠 전에 지났으니 그럴만도 하다.

 

 



고마운 산 경이로운 산

 

함께 간 친구와 이 얘기 저 얘기하는 사이에 산 중턱에 올라왔다. 평평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고 앉아 물병을 꺼내 물을 마셨다. 산에 와서 땀이 난후에 마시는 물이기에 그 맛이 꿀맛이다. 아래 보이는 도심을 내려다보면서 공해 속에서 산다는 것을 생각하니 끔찍하다. 내 몸 속에 있는 나쁜 공기를 한 점도 없이 내뱉는다는 심정으로 숨을 크게 내쉰다. 그리고는 우주의 맑은 공기를 모두 마신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들이 마신다. 기분이 너무 상쾌하다.

 

산에 오니 좋다는 것은 산에 와 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기분이다. 산이 우리에게 주는 게 어디 맑은 공기뿐이랴 좋은 점을 모두 열거할 수는 없지만 산은 인간에게 절대로 해를 주지 않는다. 참으로 고마운 산이다.

 

산에서 꽃은 頂上이다. 그러니 산에 와서 정상을 가지 않고는 산에 갔다 왔다고 할 수 없다. 다시 일어나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내려오는 사람들이 인사를 건넨다. 인사라는 게 별거 있나.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 '좋은 하루되세요'. 정도다. 모두 만나서 반갑다는 뜻이다.

 

정상에 오르니 평소에 높게만 보이던 빌딩도 작은 상자곽처럼 보인다. 높은 곳에 올라보니 높은 산이나 작은 동산이나 별 차이가 없는데 조금 더 잘 낫다고 으시대는 인간들이 어리석기 짝이 없다.

 

잠시 부처님의 三法印이 생각난다.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제법실상(諸法實相)

 

모든 게 무상이라는데 왜 사람들은 깨닫지 못하는 걸까?

 

정상에 오르니 세상을 점령한 듯 마음이 뿌듯하다. 자연스럽게 '야호'하고 소리를 지른다. 메아리가 들려온다. 반향이 없는 산은 죽은 산이다. 사람도 만나서 대화를 하면 반응이 있어야 한다. 경청과 반응과 질문 이것이 대화의 3요소다. 산이 클수록 계곡이 많고 계곡이 많을수록 반향도 많은 법이다. 사람도 반향이 많을수록 큰사람이다. 속 좁은 사람은 반향이 있을리 없다.

 

사람을 凡人, 屬人, 小人, 大人, 賢人, 哲人, 道人, 聖人, 眞人, 神人으로 구분 짓는다고 하는데 범인일수록 물질에 집중하는 부류라고 보면 요즘 사람들은 대인까지도 기대하기 어렵지 않나 생각이 든다.

 

산에 오는 이유 중에 하나가 많은 사람을 만나는거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모두가 반갑다. 옆에서 커피를 마시는 한 사람이 따끈한 커피 한잔을 내게 건넨다. 너무 인간적이고 그 마음이 아름답다. 나는 건넬 게 없어 고맙다는 인사만 할 수 밖에 없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인성이 나쁜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산에 와 있는 동안에는 나와 자연은 하나가 되는 기분이다. 내가 내 쉰 이산화탄소를 나무가 들이마시고 광합성을 하고 다시 산소를 내뿜으면 그 산소를 내가 들이 마시니까 나와 자연은 둘이 아니라 하나인 셈이다. 하물며 매일 함께 생활하면서 사는 사람들은 둘이 아닐진데 서로 경쟁하고 미워하고 다투는걸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자연에서 배울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경이로울 뿐이다.

 

자주 가는 산이지만 산에 갈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산에 가면 걱정이 없다. 마음이 편안하다. 산이 인간에 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과 경이로움에 숙연해진다.

 

나는 산을 좋아한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산을 오를 생각이다.

 

홍진복 

(전)서울신사초등학교장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