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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밭들 詩人 안원찬] 미라네 할미

죽변항3

용형선 기자 | 기사입력 2022/08/22 [14:05]

[긴밭들 詩人 안원찬] 미라네 할미

죽변항3

용형선 기자 | 입력 : 2022/08/22 [14:05]

 



미라네 할미 

 

죽변항 3

 

 

대형냉동실에서 꺼낸 가자미 한 꾸러미 패대기치며 사만 오천 원은 받아야 쓰겠다 한다 멀리서 왔으니 깎아달라는 말 떨어지기 무섭게 수박씨 뱉듯 툭툭 내뱉는다 제기랄 가자미 한 꾸러미 생산하는데 얼메나 고생하는지 알기나 해여 한숨 팍팍 내쉬는 노파 명함 건네주며 떼먹든지 말든지 어서 가지고 가란다 꽁지와 대가리 잘라버리고 냉동실에 넣어두란다 한 끼 먹으리만치씩 꺼내서 무수 납작납작하게 썰어 깔고 가자미 얹은 뒤에 잘박잘박 물 붓고 양념장 켜켜이 발라 자작자작 지지란다 미라네 할미 생각나거든 값일랑 명함에 적힌 계좌번호로 이체 시키란다 또 생각나면 오지 말고 전화하란다 할머니 배짱이 그럴듯해서 불쑥 명함을 받아들었다 과연 할머니 말은 허세가 아니었다 끼니마다 먹어도 물리지 않아 기꺼이 웃돈 얹어 송금했다 그날 이후 난 할머니의 골수 단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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